양산복합문화관 건설 현장서
“우리쪽 팀원·팀장 써라” 압박
협상결렬되자 장비 진입 막고
‘생존권’ 시위벌이며 공사방해


민간 건설현장뿐만 아니라, 관급 건설현장에서도 민주노총의 채용 강요·협박 등 불법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달 말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방안’을 내놓은 이후에도 이를 비웃듯 노조의 갑질이 자행되고 있어 당국의 실효성 있는 단속 및 확실한 근절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A 건설업체가 지난달 경남 양산시 동면 ‘양산복합문화학습관’의 현장 관리 도급사(社)로 지정되자 민주노총 측이 사무소를 찾아왔다. A 건설업체가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팀이 있어 일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하자 노조 측은 “지부와 대화 없이는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다”며 교섭을 강요했다. 한발 물러서 협상 테이블을 마련한 A 건설업체는 “공기(工期)를 맞춰야 하니, 노조 지원을 일부만 받겠다. 그렇게 공사를 진행하자”며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비조합원을 내보내고 우리가 지정한 팀장, 팀원을 써야 공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요구했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노조 측은 ‘건설장비’를 볼모로 삼았다. 교섭 결렬 직후 현장에서 크레인, 지게차, 펌프카, 레미콘 등 모든 건설기계 장비가 ‘올스톱’ 됐다. 민주노총은 산하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지부와 연대해 지난 4∼8일 ‘생존권 보장’을 명분으로 항의 시위를 벌이며 공사현장을 방해하기도 했다. A 건설업체 관계자는 “장비 기사들에게 사정을 물으니 노조 측에서 연대를 빌미로 현장 진입 금지 조처를 내렸다고 말했다”며 “작업자들이 무거운 철근을 몸으로 힘들게 옮기고 있는데, 노조 측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을 거론하는 듯 ‘공사가 잘 되는지 지켜보겠다’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교섭에 참여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우리 쪽 장비와 사람을 써 달라는 말을 전하긴 했지만, 부탁이었고 결렬되자 포기했다”며 “항의 시위 역시 법에 따라 정당한 집회 신고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채용 강요 등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방안’을 심의·확정했는데, 당국의 일제 단속 조처 방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조의 갑질이 자행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A 건설업체는 지난 11일 국토교통부에 신고서를 접수했지만, 현장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단속 이후 노조의 불법행위 관례가 단속 눈을 피하기 쉬운 관급 건설현장으로 옮겨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관급 공사 위주로 도급을 맡아온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발주사가 ‘표(票)’에 민감한 지자체이기 때문에 노조 불법행위를 눈감아 주는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민간 영역 단속에 앞서 관급 현장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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