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 그리고 교육감을 뽑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오는 6월 1일 대한민국 전역에서 실시된다. 1952년 지방자치법에 의해 6·25전쟁 중 선거가 가능한 지역, 즉 서울·경기·강원을 제외하고 시·읍·면의원과 도의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처음 실시됐다. 1987년 6·29선언 이후 헌법 개정과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을 통해 1991년에 지방의회를 기초와 광역에 구성함으로써 30년 만에 지방자치가 부활됐다. 이어 1995년 제1회 동시지방선거를 통해 기초와 광역자치단체의 의원과 단체장을 주민의 손으로 뽑는 명실상부한 지방자치가 시작됐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도 이제 성년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외형적이고 가시적인 변화에 비해 내실화는 미흡하고 지방분권은 반쪽에 그치고 있다. 균형발전은커녕 아직도 수도권 집중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교육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육자치를 별도로 실시하고 있어 교육감선거도 함께 이뤄지는데 후보 선출과정이 전혀 중립적이지 않고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진영 논리가 압도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성장과 발전이 이뤄지면서 분권화된 거버넌스에 대한 국민적 확신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앙집권의 역사가 오래고 좁은 국토 면적, 단일 민족·언어, 종교에 대한 관용성, 비슷한 문화 취향 등으로 지방자치가 빛을 발하는 데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다.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주인의식, 시민의식이 명확하지 않고 지역의 시민단체 역시 시민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명망가 중심으로 활동이 이뤄지는 한계도 있다. 최근 자치경찰제도를 실시하면서 시·도별 자치경찰위원회가 발족해 시·도경찰청을 지휘 감독하도록 했으나 여전히 국가수사본부장의 수사 지휘를 받는 등 오히려 지휘감독권의 혼란만 가중한다는 비판이다. 2단계에 걸쳐 재정 분권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지방의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확대하기보다는 부가가치세를 지방으로 추가 배분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 7 대 3을 비슷하게 맞추는 선에서 마무리돼 형식적 분권화에 그치고 말았다.

중앙정부도 끊임없이 몸집을 키우고 자기 영역을 넓히려는 리바이어던이며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주민이 감시하고 지켜보기 용이한 지방의 작은 리바이어던의 합이 거대한 국가 리바이어던보다는 상대적으로 통제하기 쉽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의 의미가 있다. 티보(Tiebout)의 ‘발로 하는 투표’ 기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전제조건이 수반돼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시민의 이동성과 완전한 정보, 그리고 공공서비스의 소비자이자 유권자인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지방정부의 선택지가 많아야 한다.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분권화의 효익이 가장 크게 나타나려면 시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기에게 잘 맞는 서비스와 세금 정책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은 대통령과 달리 단임제가 아니라 3연임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임 기간 성과를 평가해 재신임의 권한이 주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우리 모두 6월 1일에는 지역의 주인임을 확인하는 한 표 권리를 확실하게 행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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