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포커스

개도국에 자금 대출해줬던 中
부채위기 빠진 나라 지원 인색
인프라 건설로 자국기업 돈벌이
금리 올려 상환 힘들게 만들기도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추진하며 많은 개발도상국에 대규모 자금을 대출해줬던 중국이 부채 위기에 빠진 국가들을 돕는 데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구 사회가 제기한 ‘부채의 함정’ 논란을 부인해 왔지만 그동안 일대일로에 협력적이던 국가들에 대한 지원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면서 개발도상국을 착취·약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9일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최근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에 약 25억 달러 상당의 차관 대출을 요청했다. 이미 국가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요청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중국에 손을 내민 것. 그러나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질문에 “앞으로도 협력 관계를 강화할 것이며 스리랑카가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란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스리랑카는 디폴트 전인 지난 1월에도 자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채무 재조정을 요구했으나 왕 부장은 즉답을 피했다. 또 중국은 파키스탄이 지난 3월 상환했던 40억 달러에 대한 재대출 요구도 응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중국이 최근 경제성장률 둔화와 코로나19로 인한 강도 높은 봉쇄 정책으로 자국 내에 돈을 많이 풀어야 하는 데다 스리랑카·파키스탄 등에 대출한 돈의 상환을 담보할 수 없자 추가 대출을 주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의 태도는 평소 일대일로를 “중국이 국제사회를 위해 제공한 공공재”이자 “발전의 띠(帶)·행복의 길(路)”이라고 주장해오던 것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나아가 중국의 행태가 20세기 이전 서구 열강의 식민지 침탈 사업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대일로 사업은 각국에 차관을 제공해 사회 인프라 건설을 돕고 있지만 건설주체가 중국 기업이며 작업자들도 중국인들을 데려오기 때문에 고용 효과나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 왔었는데, 이게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게다가 채무국이 차관을 갚지 못하면 시설마저도 중국이 소유하게 돼 있다. 실제 스리랑카는 지난 2017년 자국 함반토타 항구의 운영권을 99년간 중국 해운회사 자오상쥐(招商局)에 넘겨줘야 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 중국의 군사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중국은 세계 각국에 저리로 대출해주던 자금도 금리를 올리면서 상환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 대출은 금리가 약 4%로, 세계은행(WB)이나 프랑스·독일 등에 비해 4배가량 비싸지만 상환기간은 대체로 10년 미만으로 오히려 짧다.

시장조사업체 버클리 리서치 그룹의 해리 브로드만은 “스리랑카가 국제신용도를 잃게 된 데에 중국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다른 나라에서 계속 되풀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산하 연구팀인 에이드 데이터에 따르면 일대일로에 참가한 142개국 중 약 30%인 42개국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중(對中) 부채 비율이 10%를 넘어서고 있다.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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