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보 못받은 경찰 ‘위협’ 판단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20일 오후 한때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연방의회 경찰이 의사당 일대에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철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군 감사의 날’을 맞아 인근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군부대의 공중 낙하 시범이 진행됐지만 주최 측으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의회 경찰이 항공기 테러 위협으로 오인해 발생한 일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9·11테러, 1·6 의사당 난입사태 등으로 테러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일어난 일종의 해프닝이지만, 미국사회의 소통 부재 상황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NBC뉴스·더힐 등에 따르면 미 의회 경찰은 이날 오후 6시 30분쯤 “위협 가능성이 있는 항공기를 추적하고 있다”며 의회 직원 등에게 즉시 대피할 것을 명령했다. 의회가 지난 11일부터 2주간 부활절 휴회에 들어간 탓에 의사당 내에 머무는 상·하원의원 및 직원이 평소보다 적어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같은 시간 인근 백악관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군 수뇌부를 부부 동반으로 초청한 만찬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의회 경찰은 구체적으로 의사당이 어떤 위협에 처했는지는 알리지 않고 “(직접) 위협을 당한 것은 아니고 예방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20분 뒤 의회 경찰은 트위터를 통해 “위협은 없다”며 상황 종료를 알렸고, 오후 8시부터는 의사당 출입을 다시 허가했다.

이날 소동은 의사당에서 1.6㎞ 떨어진 워싱턴 내셔널스 야구장에서 경기 시작에 앞서 미 육군 낙하부대 ‘골든 나이트’ 공중 낙하 시범이 진행된 것을 의회 경찰이 오인하면서 빚어졌다. 주최 측의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의회 경찰이 낙하부대원들을 태운 항공기가 의사당 쪽으로 접근하는 것을 ‘위협’으로 판단한 것. 일부 시민들은 SNS를 통해 군인들이 워싱턴으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소동이) 2001년 테러리스트들이 펜타곤(국방부 건물)으로 여객기를 충돌시키고, 두 번째 비행기가 의사당으로 향했으나 펜실베이니아에서 추락했던 9·11 테러의 망령을 불러일으켰다”고 꼬집었다.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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