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에서 발표한 이른바 ‘식물위원회’ 정리 방안은 마땅히 이행해야 할 사안으로, 적극 환영한다. 우리 행정의 특이한 현상 중 하나는, 수없이 많은 위원회를 구성해 정책 과정에 활용하는 것이다. 위원회는 공무원들만으로 정책을 만들고 수행할 경우의 한계를 보완하고 현실을 고루 반영할 수 있어 장점도 많다. 그러나 역대 정부에서는 위원회를 만들기만 했을 뿐, 폐지하지 않거나 위원회를 구성해 놓고도 활용하지 않아 장점보다 폐해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인수위의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중앙정부의 위원회는 558개에서 628개로 70개가 늘었다. 그중 지난 1년간 회의가 없었던 위원회가 51개였고, 최근 3년간 연평균 2회 미만 회의를 연 것도 106개에 이른다. 지방자치단체는 더 심각하다. 2020년 말 기준, 지자체에는 2만8071개의 위원회가 설치돼 있고, 연평균 1000개의 위원회가 새로 만들어진다. ‘위원회공화국’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문제는, 그중 7198개(25.6%)는 지난 1년간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불필요하거나 회의 실적이 저조한 중앙정부와 지자체 소속 위원회를 과감하게 줄이겠다”고 했는데, 그 결과 중앙정부 113개, 지방정부 7311개를 ‘식물위원회’로 규정해 우선 통폐합 대상으로 지정하겠다고 한다. 이름만 올려 놓고 스펙으로 삼는 무늬만 위원이나, 위원회 구성·운영을 예상해서 책정한 예산의 불용액을 고려할 때, 이 정도를 ‘과감’하다고 할 순 없다. 차제에 수십 년간 쌓인 위원회공화국의 오명을 씻어낼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구성만 해 놓고 개최하지 않는 위원회는 통폐합이 아니라 폐지가 답이다. 정부 각 부처에는 자체 평가위원회가 있는데, 부처 내의 위원회 활동과 그에 따른 성과를 자체 평가의 성과지표로 포함해 매년 각 부처가 스스로 평가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원회를 새로 구성할 때에는 위원회의 목적에 따라 존속 기간을 함께 제시해 일몰 규정으로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존속 기간이 도래한 위원회는 원칙적으로 해산하되, 필요성을 재점검해 위원회 자체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위원회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돼야 한다. 별도의 직업을 가진 전문가가 정부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최대 개수를 3∼5개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위원의 임기(예, 3년)를 정하고 1회 또는 2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하고, 전체 위원 중 3분의 1씩 매년 교체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실질적 도움이 되는 경우라도 오랫동안 특정 분야의 위원으로 활동하는 경우, 사적 관계가 형성돼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결정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위원회에 대해서도 행정안전부가 이에 준하는 관리 규정을 제정해 불필요한 예산과 시간이 낭비되는 상황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모든 노력은 위원회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이나 예상되는 부작용은 최소화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가장 정직하고 투명한 행정 서비스와 정책 과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다음 정권교체기에는 ‘식물위원회’라는 말이 결코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