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임기말 文에 친서 속셈
尹정부 강경 대북정책 견제
한반도 긴장 책임 떠넘기기
남남갈등 유도 전략 분석도
문재인 정부 5년간 핵 능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퇴임 직전 “고뇌와 노고에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는 친서를 보낸 것은 전형적인 대남 이중적 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김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퇴임 후에도 남북관계 개선에 함께할 의사를 피력했고, 김 위원장은 답신을 통해 민족적 대의를 위해 일한 문 대통령의 고뇌와 노고를 높게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언급했지만, 문 대통령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고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 무력 고도화에 집중했다.
김 위원장은 2차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앞으로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는 남조선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하는 게 아닌, 각하와 제가 직접 논의하기를 희망한다”며 문 대통령 배제를 요구했다.
2019년 8월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화·비핵화를 언급한 것을 겨냥해 ‘삶은 소대가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이 외교관례상 비공개가 원칙인 정상 간 친서를 공개하며 밝힌 내용이나 시기상 남북관계 개선 목적보다는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더 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북한에 대한 외교적·경제적·군사적 수위를 높이며 보조를 맞추는 한·미 동맹을 흔들려는 포석도 담겨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과 “노력하면 북남관계가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은 올해 들어 13차례 미사일 도발을 했으며,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등 7차 핵실험 움직임을 보이는 등 공동선언을 사문화시키고, 대결 국면을 조장해왔다. 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남측에 대한 핵 사용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친서를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는 싣지 않은 점도 대남·대미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보여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자신들의 공세적 행위에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강력히 대응할 경우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서 한반도 긴장의 책임을 윤 정부로 돌리려는 것”이라며 “북한은 ‘평화 대 대결’이라는 이분법을 활용하여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정철순·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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