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만화 ‘식객(食客)’은 그 재미와 내용의 깊이와는 별개로 의문을 남긴다. 제목에 쓰인 식객은 대갓집에 얹혀살던 사람 또는 하는 일 없이 밥만 축내는 사람을 뜻하기 때문이다. 만화를 샅샅이 뒤져보면 이런 사람이 아닌 음식 또는 요리에 ‘진심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요리사 또는 조리사라 하고 옛말로는 숙수(熟手)라 했으니 만화의 내용에 걸맞은 제목 또한 이 중의 하나라야 했다.

하는 일 없이 밥만 축내는 이를 식객이라 한 과거의 기준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하는 이들이 요즘에 꽤 보인다. 요리법을 소개하거나 새로운 음식을 소개하는 이들이 아니다. 오로지 맛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음식을 소개하고 품평하는 이들이나 음식을 산처럼 쌓아놓고 모조리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이다. 심지어 ‘맛있는 녀석들’이라는 알쏭달쏭한 제목을 달고 먹성 좋은 이들이 맛있는 집을 찾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맛집을 소개하는 이들은 그나마 ‘일’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먹는 것이 삶의 큰 행복인 이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이들이니 이들은 꿩은 자신이 먹고 알은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는 격이다. 그러나 오로지 먹기만 하는 이들, 먹방을 하는 이들은 음식을 논하는 손님이 아닌 그저 먹어치우기만 하는 이들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법이다. 이 먹방을 보면서 위로나 즐거움을 얻는 이들이 있다면 이들 또한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다. 이들과 시청자가 ‘Mukbang’을 새로운 영어 단어로 등재시킨 것도 나름 장한 일이다. 식객의 첫 번째 뜻은 대갓집에 얹혀 있으면서 새로운 일을 도모할 기회를 노리는 이들이다. 먹방을 하는 이들이 오로지 먹는 것을 보여주며 대리만족을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먹방 또한 새로운 변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허영만이 말하는 식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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