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국회가 청문 보고서를 채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부터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현재의 한국 경제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타당해 보인다. 특히,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인식은 타당하다. 그래서 그동안 납득할 수 없는 정부 정책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어려운 지경에 이른 한국 경제의 건전한 통화 관리에 신임 한은(韓銀) 총재의 역할을 기대한다.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물가 안정을 기하면서 실물 부문의 원활한 작동을 돕는 것이다. 이는 곧 금융 부문이 실물 부문의 움직임을 선도하며 경제성장이나 경기 부양을 주도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 목적으로 시행된 장기간의 저금리를 통한 확장적 통화신용정책은 금융위기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즉, 가뭄·홍수, 원자재 공급 애로 등 경제 데이터의 변화로 인한 경기변동(business fluctuation)을 통화 공급 조절로 상쇄하거나 경기를 부양하려는 조치는, 결국 그 끝이 불황인 붐(boom)과 버스트(bust)의 경기순환(business cycle)을 초래할 뿐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가 그랬으며, 불황 극복을 위해 계속된 저금리 정책은 도리어 불황의 골을 더 길고 깊게 했다. 경제의 소비구조와 공급구조가 뒤틀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오늘 소비하고자 하는데 기업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저금리 정책에 대한 이른바 주류 경제학의 인식은 이와 아주 다르다. 금융 부문이 실물 부문의 어려움을 해소하거나 복구할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학 교과서에서 그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그런 설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저금리 정책이 장기간 계속되면 실물 부문은 형편없이 망가진다. 화폐는 장기적으로도 중립적이지 않다. 그래서 주류 경제학에는 금융위기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미국의 금융 당국자들이 2008년 이후 양적완화를 단행한 것은 미국 국채시장의 붕괴를 막고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유지를 위한 방책이었으며, 그 결과 세계 경제는 길고 깊은 불황에 빠져들었다.

한국은행이 결정하는 금리는 사람들이 현재 자원과 미래 자원의 경중을 형량하는 주관적 이자율과 가까워야 경제의 소비구조와 공급구조가 떨어지지 않고 톱니바퀴처럼 잘 물려 돌아간다. 사람들의 주관적 이자율은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는 없지만, 통화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 주관적 이자율과 금리는 서로 접근하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금리가 인위적으로 묶이지 않는다면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 물가 안정과, 소득 및 부의 양극화 완화는 물론 순탄하고 높은 경제성장률도 기약할 수 있다.

이는 물론 주류 경제학이 아닌 오스트리아학파의 통화 이론 중 한 골자로서 많은 경제학자가 경청하지 않는 이론이다. 그러나 진위(眞僞)의 세계는 다수결의 세계가 아니다. 반복되는 금융위기에 대한 진단과 처방 그리고 그 결과를 숙고한다면, 지금까지의 정책이 엉터리였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중앙은행이 집중해야 하는 경제 변수는 통화신용정책과 관련된 것들임을 한은 총재는 유념해야 한다. 학계와 국제기구에서 경륜을 쌓은 이창용 새 한은 총재에게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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