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른바 검수완박 관련 법안 처리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 거대 의석을 무기 삼아 국회법마저 무력화하는 전횡으로, 비난 여론이 심각하다. 일단 보류된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야당 몫을 할당받는 ‘창의적’인 전략을 짰다. 강성 민주당 지지자들만을 위한 정치를 하는 듯하다.

10년 전에 국회 내 폭력과 무질서 근절을 목적으로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됐다. 당시 소수당이었던 민주당은 소수의 의견을 중시하는 타협의 국회 운영을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와 안건조정위원회 제도를 제안했다. 정당 간 이견이 심할 때 다수결을 강행하지 않고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여야 간 더 많은 심의를 거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이러한 입법 취지에 따라 조정위는 총 6명 중 제1 교섭단체 3명과 나머지 위원 중 3명 동수로 구성하도록 규정했다. 그리고 무소속 의원이 있을 때는 나머지 위원 몫 3인 중 1명을 배정하도록 정했다.

조정위가 구성되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례가 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여당이 제안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야당의 반대로 법안 통과가 지연됐다. 새누리당이 국회의장 직권상정 카드를 빼 들고 야당인 통합민주당을 압박하자, 야당은 행안위에 안건조정위 구성을 제안했다. 일단 조정위가 구성되면 최대 90일간 상임위에서 해당 안건을 심사·표결할 수 없다는 점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은 것이다. 결국, 새누리당은 통합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해 개정안을 수정, 처리했다. 안건조정위원회라는 제도 덕분에 통합민주당은 152석을 가진 새누리당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현재의 야당이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기 위해 제시한 조정위원회 구성이라는 전략을 민주당은 황당한 편법을 통해 좌절시키려고 한다. 6명의 위원 중 4명의 동의로 통과시키기 위해 여당의 민 의원이 무소속으로 지위를 바꿨다. 알량하게 형식 규정만 지키겠다는 얄팍한 속셈이다. 법안이 조정위원회를 통과하고 나면 민 의원은 다시 민주당으로 복당할 것이다. 명백히 조정위원회 제도의 도입 취지를 벗어난 것이며, 목적을 위해 부당한 수단이 정당화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 것이다. 이번 사태를 겪은 후 아마도 무소속 의원에게 배정되는 조정위원 몫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해당 조항이 개정된다면 결국은 무소속 의원이나 군소 정당의 의견이 개진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다.

헌법 제46조 제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위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고 국회의원의 직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은 국회법 제24조에 따라 직무를 양심에 따라 수행할 것을 선서했다. 현재 민주당이 자신들이 사적 이익이 아닌 국가이익을 위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게 된다.

한국행정연구원에서 발표한 2020년도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회를 매우 신뢰한다’는 응답(6.2%)을 포함해 ‘약간이라도 신뢰한다’는 긍정적인 응답은 34.4%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검찰을 약간이라도 신뢰한다’는 응답은 50.1%로 나타났다. 다른 기관의 개혁을 추진하기에 앞서 국회 개혁에 착수하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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