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조계·학계, 중재안 반발 확산
前대법관 “공청회 한 번도 안해
법률만능주의자의 왜곡된 법치”
前헌법재판관 “헌법정신 훼손
검수완박은 국민 기본권 침해”
김오수 “박병석 의장과 면담때
중재안의 ‘중’자도 못 들었다”
여야가 합의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두고 검찰은 물론 전직 대법관·법무부 장관·검찰총장 등 법조계 원로들이 한목소리로 “국민 의견 수렴도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왜곡된 법치주의”, “정치인들 수사만 못 하게 한 야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변호사 단체와 법학계도 긴급 간담회 개최와 시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추진 등 중재안 반대론이 확산되고 있다. 중재안에 반대하며 두 번째 사직서를 낸 김오수 검찰총장도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안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중재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의 6대 범죄 직접 수사를 한시적으로 2개만 남긴 것,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조건으로 단일성·동일성 단서 조항(별건 수사 금지)을 적시한 것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러 이론과 실무, 종합적 토론도 없이 인위적 조작, 정치적 협상으로 결정했다”며 “사법체계 하나를 바꿀 때도 보통 5∼10년간 토론과 연구·논쟁을 거치는 데 여야 원내대표 둘이 앉아서 해버렸다”고 비판했다. 강동범 한국형사판례연구회장도 “사기 피해가 발생한 사건을 경찰이 검찰에 송치하면,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들을 발견해도 동일성이 없다고 보고 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공소시효가 6개월에 불과한 선거 사건을 수사할 수 없도록 한 것을 두고도 사실상 정치인들이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됐던 전직 대법관은 통화에서 “검찰에게 선거 사건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6개월 공소시효를 고려하면 수사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정도 법을 만들려면 10번 이상 공청회·학술대회도 하고 국회에서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법치라는 것은 법 정신에 입각해서 입법하라는 이야기인데 규정만 맞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법률만능주의자들의 왜곡된 법치주의”라고 지적했다. 진보정권에서 총장을 지낸 전직 검찰총장도 “선거직과 권력자 수사를 다 빼면 무슨 이유로 수사하느냐. 국민 피해는 신경 쓰지 않고 정치인들만 검찰 수사에서 쏙 빠져나가게 됐다”며 “결국 힘 있는 정치인만 이롭게 해 유권무죄 무권유죄 현상만 심해질 것”이라고 질타했다.
위헌 지적도 크다. 노무현 정부에서 헌법재판관을 지낸 인사는 “헌법 12조 등에 검사에게 압수수색 영장, 구속영장을 청구하도록 한 것은 수사기관이 검찰 통제를 받으면서 국민 인권·기본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라며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검수완박 논의는 헌법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변호사 단체·법학계 반발도 커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8일부터 매일 오후 서울 강남구 변협회관에서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 입법 추진 변호사·시민 필리버스터’를 연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 26일 오후 중재안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는 긴급 토론회를 온라인상으로 개최한다. 검찰 내부 반발도 커지고 있다. 김 총장은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하는 중재안 제1항과 관련해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서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이미 수차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에 대해 “박병석 국회의장과의 면담에서 중재안의 ‘중’ 자도 못 들었다”며 자신을 둘러싼 사전 교감설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염유섭·김규태·장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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