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블록버스터’ 개봉 대기

제작비 총합만 1500억원
코로나로 미뤄뒀던 기대작
개봉일 잡기 눈치싸움 돌입

김한민, ‘명량’ 속편 ‘한산’
최동훈, SF영화 ‘외계+인’
윤제균, 안중근의사 ‘영웅’
류승완, ‘밀수’ 개봉 타진

OTT·관람료 상승 등 변수


충무로 창고가 개방된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을 미뤄뒀던 기대작들이 올여름 시장부터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진다. 소위 말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의 제작비 총합만 1500억 원에 이르는 머니게임이다. 게다가 ‘충무로 부활’의 기치를 높이 든 이들은 한국 영화계의 전성기를 만든 1000만 감독들이다.

◇1000만 감독의 귀환

지난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다. 2년 1개월 만이다. 25일부터는 극장 내 취식도 가능해졌다. ‘팝콘 데이트’의 부활이다. 이에 발맞춰 극장가는 묵혀뒀던 영화들의 개봉일을 잡기 위한 눈치싸움을 시작했다.

역대 한국 영화 최다 관객을 모은 ‘명량’의 속편인 ‘한산:용의 출현’이 7월 개봉을 결정하며 포문을 열었다. 김한민 감독이 선보이는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2번째 작품으로 제작비만 300억 원이 투입됐다. 3부작을 매조지는 ‘노량:죽음의 바다’도 이미 촬영을 마쳐 ‘한산:용의 출현’의 흥행 추이를 지켜본 후 개봉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았던 배우 이병헌·송강호·전도연 주연작인 ‘비상선언’(250억 원) 역시 여름 성수기를 겨냥한다. 이미 지난 1월 설 연휴에 맞춰 개봉을 준비했던 작품인 터라 개봉일만 정해지면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동훈 감독이 내놓는 과학소설(SF)영화 ‘외계+인’ 역시 일찌감치 촬영을 마쳤다. 1, 2부 촬영이 동시에 진행돼 제작비만 400억 원에 육박한다.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200억 대작 ‘영웅’ 역시 개봉일을 고민 중이며, 지난해 ‘모가디슈’로 코로나19 정면 돌파를 시도했던 류승완 감독은 영화 ‘밀수’로 복귀 시점을 재고 있다. 조인성·김혜수 등이 참여한 ‘밀수’는 순수 제작비만 175억 원 이상이 투입된 작품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고를 때 감독의 면면을 본다는 측면에서 충무로가 이 영화들에 거는 기대는 더 크다. ‘한산:용의 출현’은 김한민 감독이 ‘명량’ 이후 8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고, ‘외계+인’의 최동훈 감독, ‘영웅’의 윤제균 감독은 각각 영화 ‘도둑들’ ‘암살’과 ‘해운대’ ‘국제시장’으로 두 차례 1000만 고지를 밟아 ‘쌍천만 감독’이라 불린다. 류승완 감독 역시 ‘베테랑’으로 1341만 명을 동원한 바 있다. 이 감독들이 역대 연출작으로 모은 관객의 수만 해도 1억 명에 육박한다.

CJ ENM 관계자는 “각 영화 개봉 시기에 맞춰 총제작비 대비 20%가 넘는 홍보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할 때 1500억 원에 육박하는 빅머니가 형성되는 시장”이라며 “단순히 한국 영화를 살리기 위해 극장에 가자는 취지가 아니라, 정말 큰 스크린으로 볼만한 영화들이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해 떠났던 관객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 관성·관람료 상승이 변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충무로는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화두로 등장하던 ‘질서 있는 개봉’이다. 그동안 눈치 보며 신작 개봉을 꺼리던 투자배급사들이 일제히 개봉일을 잡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신작이 몰리면 상영관 확보조차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 중견 제작사 대표는 “2년간 얼어붙었던 관객들의 심리가 아직까지 완전히 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넉넉하게 장기 상영을 하며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통해 관객을 다시 꾀어야 하는데 지금 분위기라면 1∼2주 만에 상영관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며 대중이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OTT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보는 데 익숙해진 대중의 시청 관성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지난 2년간 두 차례 영화 관람료가 인상된 것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일반 상영관 기준 멀티플렉스에서 영화 한 편을 보려면 인당 1만4000∼1만5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웬만한 OTT 플랫폼 한 달 구독료가 넘는다.

또 다른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그동안 영화계의 부진을 두고 코로나19 탓을 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다”면서 “바뀐 환경 속에서 다시금 관객들을 불러올 유인책이 필요하고, 반등을 일구지 못한다면 향후 극장업은 사양산업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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