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당선인 ‘맞춤형 복지’ 공약에 정부 역할 확대론 부상
2010년대이후 스마트폰 확산
인터넷 서비스 이용 급증에도
통신료 감면 체계 등 ‘그대로’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선 요구
“기업에 떠넘기는 생색내기용
방송통신발전기금 등 활용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분과별 업무보고를 통해 국정과제 선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동통신업계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통신복지 재설계가 관련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신 복지는 민간 사업자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 인해 정부의 책임 외면이나 소극적 복지 제공, 사각지대 발생 등 다양한 문제점이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역동적·맞춤형 복지’ ‘디지털 플랫폼 정부’ 공약 등과 맞물리며 정부가 주도하는 적극적 복지 체계로의 재편 주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5일 정치권과 관련 부처에 따르면, 통신 복지의 책임을 전적으로 민간에 위탁하는 구조와 통신요금 감면에만 초점이 맞춰진 방식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통신 복지는 보편적 역무 제도의 하나로 이뤄진다.
보편적 역무란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절한 요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전기 통신 역무를 말한다. △유선 전화 및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제공 △119 등 긴급통화 연결 △장애인이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통신요금 감면 등이 보편적 역무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규정돼 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모든 통신사업자에 보편적 역무를 제공할 의무를 부여한다. 이에 사업자들은 각 통신 서비스 및 감면 대상자별로 정해진 내용에 따라 매월 통신요금 중 일정 부분을 감면하고 있다. 개별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취약계층 요금의 일부를 감면하던 것이 공식적으로 법제화된 것은 지난 2000년이다. 당시 가장 중요한 통신 서비스는 ‘전화통화’였다. 그에 따라, 감면 대상 서비스는 유선 시내·외 전화, 이동전화 및 소위 삐삐라 불리던 무선호출 서비스 등으로 규정됐다. 이후 감면 대상에서 무선호출 서비스가 제외되고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추가되는 등 통신 복지 제도는 2000년에 확립된 감면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의 제도 개선 논의는 감면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 범위를 늘리거나 각 대상자에게 제공하는 감면 비율을 확대하는 데만 집중해왔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스마트폰 보급 확산과 함께 통신 서비스 이용 형태가 크게 달라짐에 따라 기존 통신요금 감면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는 단순히 전화통화처럼 통신 서비스 자체가 중요한 수요였다면, 지금은 플랫폼 서비스나 동영상, 음원 등 스마트폰 앱 및 온라인 콘텐츠 등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했음에도 통신 복지 제도는 통신요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일상의 비대면화·온라인화는 이 같은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 학습과 소비, 여가 등 일상 전반이 비대면화되면서 온라인 서비스의 활용은 단순히 삶의 질이 아닌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고 있다. 원격 수업이나 온라인 교육 콘텐츠에 대한 적극적 활용 여부가 학업 능력의 격차로 나타나는 등 통신 복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통신 복지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민간에 위탁하는 구조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전기통신사업법상 보편적 역무 제공 의무에 따라 취약계층에 대한 통신요금 감면액은 모두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부담한다. 국민에 대한 복지 증진은 헌법에 규정된 국가의 의무이지만 통신 복지의 경우는 민간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구조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저소득층에 대한 요금 감면 비율을 확대하고 2018년에는 어르신 대상 요금 감면을 시행했다. 이동통신 요금감면액은 2017년 4200억 원에서 2020년 9300억 원으로 3년 만에 2.2배 증가했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1조 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도 통신 복지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21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현 정부가 통신요금 감면을 대폭 확대하면서도 그 부담을 모두 이통사로 전가하고 있다”며 “통신 복지의 책임을 국가가 아닌 기업에 떠넘기는 생색내기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방송통신발전기금 등 공공기금을 통신 복지 및 보편적 역무 재원에 투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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