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佛마크롱 재선의 의미

마크롱 “유럽에 대한 국민투표”
‘脫나토·EU’지향한 르펜 제쳐

최악 투표율에 득표율差 줄어
당장 6월 총선도 승리 불확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를 꺾고 승리했다. 2002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첫 재선 대통령의 탄생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중 치러진 이번 선거는 마크롱 대통령의 ‘친(親)유럽 중도주의’가 르펜 대표의 ‘반(反)이민 민족주의’를 꺾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크게 좁혀진 득표율 격차로 연금 개혁 등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이 힘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막판 르펜 대표의 추격 발판을 제공했던 인플레이션 문제는 마크롱 대통령의 과제로 남았다.

외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에 치러진 이번 선거를 “유럽에 대한 국민 투표”로 칭한 바 있다. ‘탈(脫)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탈 유럽연합(EU)’을 지향하며 대러시아 제재에 부정적이었던 르펜 대표를 겨냥한 전략이었다. 2010년 유럽재정위기 이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으로 표면화된 ‘유럽 회의주의’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친유럽주의’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마크롱 대통령의 호소와 맞물려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1969년 이후 최악의 투표율과 과거에 비해 좁혀진 양 진영 간 격차가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의 격차가 17.2%포인트에 불과해 당장 6월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전진하는 공화국’의 승리가 불확실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만약 여당이 하원을 장악하지 못하면 마크롱 대통령의 공약을 담은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야당 반대로 인해 마크롱 대통령의 손발이 묶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연금 개혁안은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에서 기존 62세인 은퇴 연령을 65세로 늦춰, ‘더 내고 덜 받는’ 형태의 연금 개혁안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2017년 대선 결선 투표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66.1%의 압도적 지지율로 르펜 대표를 32.2%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2018년 유류세 인상과 2019년 연금 개혁을 추진하며 노란조끼 시위와 노동자 총파업 등 반정부 시위에 부딪혀 개혁 정치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크롱 대통령이 넘어야 할 산이 그때보다 더 높다는 의미다.

총선 승리 외에도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1997년 이후 최고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잠재워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부가가치세 인하 등 르펜 대표의 공약에 대응하기 위해 연금과 인플레이션을 연동한다는 공약을 내놨으나 이는 공공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에 부닥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 싱크탱크를 인용해 “마크롱의 경제 계획은 프랑스의 공공적자를 440억 유로(약 59조1800억 원)까지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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