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추진하는 이배용 이사장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와
세계에 알리기 위한 협약 맺어

“표창장 등 한지로 제작하길
수요 있어야 생산 등 활성화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


글·사진 = 박현수 기자

“민족의 얼이자, 자존심인 전통 문화유산 한지가 ‘반크’라는 날개를 달았습니다. 젊은이들이 한지를 알리겠다고 나서줘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어요.”

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이배용(75·사진) 한지살리기재단 이사장. 그는 2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단장 박기태)와 한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지난 19일 체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MOU에 따라 반크는 한지의 가치를 알리는 디지털 홍보자료를 만들어 SNS에서 배포하고, 국내외 ‘한지 홍보대사’를 양성하는 한편, 한지가 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돼야 하는지를 알리는 활동을 하기로 했다.

이 이사장은 “방탄소년단(BTS)이 우리 전통문화를 새롭게 해석해 내놓으니까 세계인이 열광하는 것”이라며 “반크의 한지 홍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들이 한지를 홍보하면 더 객관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도층들이 우리 전통문화를 너무 모른다”며 “지도자들부터 한지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서원 9곳, 산사 7곳을 유네스코 인류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그는 지난해 4월 출범한 ‘전통 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단’ 단장을 맡았다. 이후 등재 의지를 알리고 여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경북 안동을 시작으로 경북 문경, 전북 전주, 서울 종로에서 학술 포럼을 열었다. 그는 “중국은 2009년, 일본은 2014년에 이미 등재했다”며 서원과 산사 등재 경험을 바탕으로 2026년 한지를 반드시 세계유산에 등재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대학에서 한국사를 전공하고 가르치면서 한지를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한지가 참 우수하다. 한지가 없었으면 우리 기록이 없었고, 역사도 없었다고 바요. 특히,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으로 있을 때 수장고에 있는 의궤와 동의보감 등 유네스코 기록문화 유산을 비롯한 고문서를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기록물들이 천 년이 흘렀어도 뒤틀리거나 색이 바래지 않고 지금 쓴 것처럼 살아있는 것은 한지이기 때문이에요.”

한지의 가치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우리의 기록유산은 한지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체감했기에 전통 한지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 하는 데 사명감을 느낀다고 했다. 서양 종이는 수명이 500년도 안 되지만, 한지는 천 년이 넘는다며 한지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요즘 수의(壽衣)도 한지로 만든 게 인기라고 했다. 이와 함께 ‘한지 패션쇼’도 열리고 있고, 한지로 만든 각종 공예품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재단 자문위원인 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 스님의 각별한 한지 사랑도 소개했다. 10여 년간 친분을 이어온 성파 스님은 추대 전날 서울 장충동에 있는 한지살리기재단과 종이나라박물관을 찾았다고 한다. 종정 추대식에서도 전통문화의 중요성과 전통 한지의 세계화에 대해 강조했다. 성파 스님은 닥나무로 무려 100m 길이의 한지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이사장은 “한지는 99번의 공정을 거쳐 100번째에 나올 만큼 제작에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면서 “제작 과정을 직접 보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국에 ‘국가 한지장’이 4명에 불과하다면서 이대로 가면 명맥이 끊어져 한지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그는 한지 수요가 있어야 생산도 계속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한지 수요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대안으로 “훈장, 표창장, 협약서, 감사장, 발령장 등을 한지로 제작했으면 좋겠다. 또 초·중·고교 교과서 앞·뒷장 정도는 한지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한지가 활성화하면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우리가 꼭 살려야 할 전통유산’이란 부제가 달린 저서 ‘역사에서 길을 찾다’(행복에너지)를 펴낸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최근 임명됐다. 이화여대 총장, 사립대 총장협의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국가브랜드위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장, 한국여성사학회·한국사상사학회·조선시대사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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