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운 논설위원

정권교체로 대북 정책도 변화
비핵화 실패에 실질 대화 단절
핵 공격 위협 본격화한 김정은

외교는 축적해야 할 국가 자산
南北-美北 회담은 중요한 경험
안보에선 新·舊 정부 협력해야


문재인 정권이 윤석열 정권으로 바뀌면 외교·안보 정책도 변화할 것이다. 이미 시작됐다. 북한이 지난달 24일 화성-17형(혹은 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자 외교부는 전 세계 공관에 북한 규탄 성명을 내도록 지시했다. 문 정부 들어 처음이었다. 비슷한 시기, 문 정부 대외정책 당국자가 현안 보고서를 대통령직인수위에 보냈는데, 문서에 늘 쓰던 파란 테두리 대신 빨간 테두리를 둘렀다고 한다. 가장 상징적 변화는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의 보고서에서 나타났다. 서 실장이 윤석열 당선인에게 보고한 안보 현황 자료에는 ‘북·미 관계’ 대신 ‘미·북 관계’라는 표현이 사용됐다는 것.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고, 용어가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문 정권에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언론도 대부분 미·북 관계가 아니라 북·미 관계로 써왔다. 서 실장은 새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보다 한·미 동맹 강화를 우선할 것으로 생각한 것일까.

변화의 출발은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문 정권은 5년 동안 권력의 에너지를 대부분 북한에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북한 비핵화는 실패했고, 북의 핵·미사일 전력은 오히려 강화됐으며, 남북관계는 단절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5일 밤 평양에서 거행된 열병식에서 “국가의 근본이익 침탈 시도가 있을 때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노골적인 대남 핵 협박을 했다. 그런 면에서 문 정부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다. “머리에 폭탄이 떨어져도 평화를 외친다”는 감상적 접근 방식은 문 정권과 함께 퇴출돼야 한다.

변화가 성공하려면 실패에서도 배워야 한다.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번의 미·북 정상회담,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담이 문 정부 시기에 이뤄졌다. 북한과의 협상 경험은 쌓였다. 윤 정부는 문 정부의 경험을 참고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사이의 인수인계다. 특히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도보 다리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를 상세하게 공유해야 한다. 배석자가 없었던 당시 40분 대화는 북한 통치자의 속마음에 다가갈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다. 문 대통령은 다음 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일부 내용을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지난달 28일 청와대 만찬에서는 이런 문제가 거론될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 같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회담 당시 김 위원장에게 줬던 이동식저장장치(USB)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었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북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담겼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 확인이 안 되고 소문만 무성하면 오해와 갈등을 낳을 수 있다. 문 정부 초기에 어떤 근거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고 판단했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물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가졌다가 마음을 바꿨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이 평양을 방문했던 정의용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을 속인 것이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외교란 국가의 축적된 자산이다. 2017년 5월 9일 당선된 문 대통령은 곧바로 미국 하버드대에 머물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했다. 대선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반 전 총장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략을 물었다. 반 전 총장은 6월 초 일시 귀국,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우선 트럼프를 입이 닳도록 칭찬하라. 트럼프가 우쭐해지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조언했다. 그 전략이 딱 맞아떨어져 한·미 회담은 성공했고, 이후 남북, 미·북 협상 기회도 가져왔다.

다음 달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 열흘 남짓 뒤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사이에 북한은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ICBM은 탄두 직경 2m, 중량 500㎏ 정도였는데, 최근 50㎝까지 줄인 탄두를 개발했다고 한다.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이다. 5월 초 복구되는 풍계리 3번 갱도에서 이 전술핵을 실험할 가능성도 있다. 스스로 사과했던 부동산 정책의 실패조차 인정하지 않는 문 대통령이 윤 정부를 위해 순순히 협력할지는 의문이다. 경제가 먹고 사는 문제라면, 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다. 안보만큼은 자존심 싸움을 멈추고 신·구 정부가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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