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B “원자재값 고공행진”

러, 폴란드·불가리아 가스 봉쇄
푸틴發 에너지 무기화 본격화
천연가스 가격 20%이상 상승
독일도 GDP 5% 감소 가능성


‘푸틴발(發)’ 공급 충격으로 식량,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 세계 경제가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러시아가 폴란드·불가리아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며 에너지 무기화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유럽 주요국가로 이 같은 조치가 확대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될 경우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5%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27일(현지시간)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이 202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세계은행은 전쟁 관련 생산 차질로 올해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평균 1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13년 이후 최고치며 지난해보다 40% 이상 상승한 가격이다. 브렌트유는 2023년에 배럴당 92달러로 다소 하락할 전망이지만 5년 평균인 배럴당 60달러보다는 여전히 높은 가격이 유지될 전망이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 2배 이상, 석탄 가격은 80%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은행은 “금속 가격은 올해 16% 상승한 후 2023년에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특히 에너지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 장기화의 원인으로 대체 상품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가격 인상이 모든 에너지 원자재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에너지 상품 가격이 치솟을 경우 다른 상품으로 수요가 이동해 가격이 안정을 되찾지만 전쟁으로 모든 상품 가격이 올라 이 같은 대체가 불가능해졌다는 의미다. 각국 정부의 단기적 처방도 원자재 고공행진 장기화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은행은 “각국 정부의 정책이 수요를 줄이고 대체 공급원을 찾는 방법보다는 감세 및 보조금 지급에 맞춰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는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전날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의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이날 유럽 천연가스의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가격은 메가와트시(㎿h)당 20% 이상 오른 119.0유로(약 15만9000원)에 거래됐다. 미국 천연가스도 5% 상승한 100만Btu(열량 단위)당 7.194달러에 거래됐다. 문제는 천연가스 공급 중단이 유럽 주요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다. 특히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35%에 달하는 독일에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될 경우 전 세계에 미칠 타격이 상당할 전망이다. 실제 독일 연방은행은 러시아로부터의 가스공급이 중단되면 올해 GDP가 2% 감소하는 등 내년까지 충격이 이어져 최대 GDP의 5%가 증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임정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