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리두기 해제로 ‘달라진 여행방식’… 특화상품 눈길
제주, 들판·숲서 고사리 따기
지리산, ‘꽃길만 걷게…’ 운영
대구, 역사적 인물 연계 투어
강원 ‘네이처로드’ 시·군 탐방
사회적 거리 두기 의무화 해제로 다시 시작되고 있는 여행이, 과거와는 좀 달라졌다.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도 달라졌지만, 가장 많이 달라진 건 ‘여행하는 방식’이다. 속도는 느려졌으며, 작은 것을 오래 보게 됐고, 이동보다 머무는 것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됐다. 다양해지는 여행상품이 이런 변화를 증명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여행상품은 이렇다 할 게 없었다. 코로나19 이후 집합금지 때문에 여행사의 단체여행이 아예 불가능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문이 박하다는 이유로 여행사들은 국내 여행상품을 거의 취급하지 않았다. 간혹 있다고 해도 ‘양떼 목장’이나 ‘한려수도’처럼 판에 박은 듯한 덤핑 상품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이제 달라지고 있다. 여행상품의 목적지도 다양해지고, 프로그램도 다채로워졌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여행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호젓한 여행지에서 즐기는 좋은 프로그램이 속속 발굴되고 있다. 이런 여행상품에는 개별 여행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잇따라 선보이며 눈길 끄는 여행상품을 골라봤다.
◇대구의 인물을 따라서 = 가이드투어 전문 여행사 한국자전거나라는 5월부터 6월 초까지 대구의 역사적 인물을 통해 지역의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는 ‘대구인물기행-대구와 인(人)연을 맺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구 인물투어의 테마와 코스는 4가지. 첫 번째 코스는 대구가 낳은 근대 미술의 거장, 이인성을 통해 대구의 미술과 색감을 만나보는 미술 투어다. 계산성당 등 이인성 그림의 배경이 됐던 장소를 방문하고 아틀리에 연극도 관람한다. 두 번째 코스는 1세대 서양 음악가 박태준을 통해 대구가 자아낸 선율을 느껴보는 음악 투어로 유네스코 음악 창의 도시로 거듭난 대구 감수성의 근원을 찾아보는 코스다. 기술예술융합소 ‘모루’에서 탬버린을 만들고, 직접 곡을 연주해 보는 체험 활동도 준비돼 있다.
세 번째 코스는 일제강점기 저항시인 이상화의 흔적을 좇아 대구 문학의 자취를 따라가는 문학 투어다. 이상화 생가를 개조해서 만든 카페 ‘라일락뜨락1956’에서 원고지 필사를 하고 이곳에서만 내는 ‘상화커피’도 맛본다. 마지막 네 번째 코스는 삼성 창업주 이병철을 통해 만나보는 기업가 투어다. 삼성상회 터부터 삼성창조캠퍼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던 삼성의 역사와 함께 대구에서 시작한 여러 기업의 역사를 만나보는 코스다.
◇고사리 꺾고, 감귤 따고 = 제주의 농업회사법인 ‘낭만부자’가 코로나19로 지난 2년 동안 진행하지 못했던 ‘고사리 꺾기’ 프로그램을 재개해 운영하고 있다. 고사리 꺾기는 서귀포 일대의 한적한 들판과 숲에서 진행한다. 고사리 꺾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보통 오전 7시에 출발해서 7시 30분쯤 목적지에 도착, 오전 10시까지 고사리를 따게 된다. 참가자들은 마음껏 고사리를 따서 낭만부자 농장에 돌아온 후 꺾어온 고사리를 삶고 말린다. 이후 참가자들이 함께 점심을 같이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종료된다.
낭만부자는 고사리 꺾기 외에도 서귀포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고사리 꺾기만큼 인기를 누리는 프로그램은 11월부터 이듬해 1월 말까지 진행되는 노지 감귤 따기. 2시간 단기형부터 2박 3일, 10박 11일 등 체류 기간에 맞춰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참가자들은 부족한 일손을 제공하고, 감귤 농장은 숙식과 약간의 수고비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감귤 수확을 하지 않는 비 오는 날과 다음날에는 자유롭게 주변 지역을 여행하면 된다.

◇지리산에 야생화를 만나러 가자 = 규제와 보호에 무게중심을 뒀던 국립공원이, 자연 자원 활용 쪽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다양한 탐방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리산 국립공원사무소가 준비하고 있는 야생화 탐방 프로그램이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오는 5월부터 6월 초까지 지리산 아고산대 노고단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를 관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꽃길만 걷게 해줄게’를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국립공원해설사의 인솔 아래 노고단 고개와 노고단 정상 간 탐방로에서 아고산대 야생화 촬영과 관찰, 지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들로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5월 7일과 8일, 21일과 22일, 6월 4일 등 모두 5회에 걸쳐 진행한다. 참가비용은 무료다.
지리산국립공원에서는 이번 봄 야생화 관찰 프로그램에 이어 계절별로 색다른 야생화 관찰 프로그램을 기획해 무료로 운영할 계획이다.
◇숙박과 길을 패키지상품으로 = 강원도는 국내 최초의 관광도로인 ‘강원네이처로드’ 인근 숙박업소 엘리시안강촌리조트의 숙박권과 관광도로 인접 관광시설 무료 또는 할인 이용권을 엮은 여행상품을 선보였다. 패키지상품에는 객실 숙박권과 함께 강원네이처로드 1코스 투어패스(판매가 1만5900원) 2장이 포함돼 있어 춘천 달아실미술관, 해피초원목장, 양구 박수근미술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춘천의 카페 베이크포레스트와 카페뷰에서 음료 할인도 받을 수 있다.
강원도는 이와 함께 지난 22일부터는 대형 산불 피해 지역인 강릉, 삼척, 동해가 포함된 5코스와 6코스 지역의 투어패스를 50% 할인해주는 프로모션 ‘여행으로 함께 이겨내요’를 진행하고 있다. 강원네이처로드는 강원도의 관광자원과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할 수 있도록 국도와 지방도로로 구성된 관광도로이며, 강원도 18개 시군을 7개의 테마별 코스에 따라 여행할 수 있도록 코스가 정해져 있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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