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가 태풍 위력 키워 세계 해안도시 덮칠 확률 급증 “저개발국이 더 큰 피해 볼 것”
워싱턴 = 김남석 특파원
일본 도쿄(東京)가 초강력 태풍으로 피해를 볼 확률이 현재보다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전 세계 주요 해안 도시에 강한 태풍·허리케인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두 배 커질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태풍 피해 증가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태풍의 위력·규모를 키우는 에너지원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CNN에 따르면 암스테르담대 기후학자 나디아 블루멘달이 주도한 연구팀은 27일 과학 전문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린 연구를 통해 오는 2050년 3등급(시간당 풍속 178.6㎞ 이상) 이상의 초강력 태풍 발생 가능성을 추산한 결과 현재의 두 배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 미국 본토에 상륙해 1080억 달러(약 137조 원)의 기록적 피해를 기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3등급이다. 여기에 초국가적 재앙 수준인 4등급(풍속 209.2㎞ 이상)이나 5등급(풍속 252.7㎞ 이상) 태풍 빈도도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현재 약 3800만 명 인구가 광역수도권에 밀집한 도쿄의 경우 초강력 태풍으로 피해를 볼 확률이 현재 연간 4.6%에서 2050년 13.9%로 급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역시 초강력 태풍 피해 확률이 현재 4.0%에서 8.6%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홍콩은 같은 기간 1.1%에서 4.9%로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연구팀은 홍콩 주변을 비롯한 서태평양과 남태평양 일부 지역에서 초강력 태풍 피해 증가율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같은 초강력 태풍 피해 증가의 주원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을 꼽았다. 블루멘달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난 수십 년간 해양온도가 극적으로 상승했다”며 “(더 따뜻한 물은) 태풍이 거세질 수 있는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동·서태평양, 북대서양 등 태풍 피해 증가가 예상되는 다른 지역과 달리 멕시코만, 벵골만은 미래에 초강력 태풍 피해 확률이 증가하지 않는 유이(唯二)한 지역으로 꼽혔다. 연구팀은 기후모델 분석 결과 멕시코만 등은 향후 대기안정성이 오히려 증가해 태풍 발생 확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높은 해수면 온도로 인해 일단 태풍이 발생하면 매우 강력하고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년 전 세계에서 80개에서 100개가량 발생하는 태풍·허리케인 같은 열대성 폭풍은 다른 어떤 자연재해보다 큰 재산피해를 주고 있으며, 미국이 지난 10년간 허리케인으로 입은 재산피해만 48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블루멘달은 “연구결과는 현재는 낮은 위험도를 가진 지역들이 기후변화에 따라 태풍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는 것을 강조한다”며 특히 저개발국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