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 23人 사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 출간
섬 끄트머리·시골·도시·숲…
각자의 곳서 빛나는 동네책방
마을의 변화·꿈꾸는 일상 담아
삽화 그린 출판사 대표 강맑실
“진정한 투사… 그들 덕에 산다”
작년 가을 제주도 그림책방 노란우산에 화재가 났다. 15평 책방 안에 있던 2000여 권이 불에 탔고 5000만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이 사실은 130여 책방이 모인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에 알려졌는데, 모금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5000만 원이 채워졌다. 네트워크 회원이 아닌 책방과 출판사, 그리고 독자들까지 선뜻 돈을 냈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다.
책에 엄청난 에피소드가 있는 건 아니다. 섬마을 끄트머리, 한적한 시골, 분주한 도시, 그리고 소나무숲 한가운데…, 각자 다른 곳에 다른 색으로 존재하는 책방들은 그저 사람과 사람을, 골목과 골목을 ‘책’으로 연결한다. 그냥, 그게 너무 ‘좋아서’. 책방 지기들은 매일 책방 앞을 쓸고, 좋아하는 책을 진열하고,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눈다. 특별할 것 없는 책방의 일상은 “비록 좁고 조금 거칠긴 해도” “우주보다 넓고 깊은 길”(오롯이서재)이 되고, “새로운 만남과 일을 엮”(한양문고)고,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공동체”(수상한책방)를 꿈꾼다. 그러면서, 왜 제주도에 동네 책방이 많아졌는지, 어떻게 책방이 마을을 살맛 나게 바꾸는지, 그리고 도서정가제는 왜 이뤄져야 하는지, 책은 동네 책방의 현실과 책방 지기의 삶을 ‘낭만’으로 포장하지 않고 솔직 담백하게 전한다. 석 달간 동네 책방을 둘러본 강 대표가, 책을 ‘출판사 대표의 순례기’ 형식으로 만들지 않고, 책방 지기들의 글로 엮어 낸 건, 이런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우주와도 같은 책이지만, 늘 새로움을 주는 책이지만, 책방 지기들은 가끔 현실의 고단함 앞에 속수무책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내 다시 힘을 내는 건, 책 때문이고, 오로지 책뿐이라서다. “책방이 하고 싶어서 엉엉 울음을 쏟아냈던 처음 그 마음”(오래된 미래)을 기억하고, “돈 이야기보다 책 이야기를 하면서”(반달서림) 살자 다짐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고, “책으로 수다할 상대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보배책방) 겁 없이 일을 벌이던 그 용기를 되찾아오는 것이다.
책방 각각의 사연과 생각, 지기들의 감정을 삽화로 표현한 강 대표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연대하는 진정한 투사들”이라고, “그 덕분에 내가 산다”며 동네 책방과 지기들에게 경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꾹꾹 눌러 그린 그림에서 크레파스 대신 책방 냄새가 난다. 착각이 아니다. 사회학자이자 니은서점 주인인 노명우 교수도 “눈으로 읽지만, 동네 책방의 체취를 맡고 싶게 하는 책”이라 했다. 책을 읽고, “서점 냄새 너무 좋군요”라고 한 그의 말이 뭔지 알 것 같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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