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상승에 생산력 저하
작년 4분기 이어 올 -3964억
현대重 노조,임금협상 재개요구
사측 “합의안 이상 임금 못 줘”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올해 1분기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전면 파업까지 겹치며 ‘시계(視界) 제로’의 경영상황에 봉착했다.
올해 초 연간 수주 목표의 약 60%를 달성하며 코로나19 이후 재도약을 위한 밑그림을 그렸지만 산업경쟁력 강화를 외면한 집단행동과 철광석 가격 인상 등 가중되는 안팎의 불확실성으로 발목이 잡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해를 넘긴 임금협상 재개를 요구하며 지난 28일 오전 8시부터 다음 달 4일까지 5일간 일정으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등에 대한 노사 잠정 합의안이 지난달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이후 재교섭이 진전을 보이지 않자 올해 첫 파업을 선택했다.
사 측은 “현 상황에서 앞선 합의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고, 아직 침체기에 있는 업계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 사이 도로 위 농성과 파업으로 인해 현장에서는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총 89척, 101억5000만 달러(약 12조9000억 원) 상당을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인 174억4000만 달러(22조1000억 원)의 58.2%를 달성했다. 다만 수주 후 실제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1년 이상 걸리는 조선업의 특성상 영업 상황 개선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국조선해양은 앞서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396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이익 675억 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됐다고 발표했다.
치솟은 원자재 가격으로 인해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계속되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파업으로 인한 생산력 저하가 복합 악재로 작용할 경우 올해 하반기 흑자 전환을 희망해온 청사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이 대대적으로 인상될 경우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말 t당 90달러 선에서 지난 22일 150.6달러로 약 68% 뛰었다. 산업연구원(KIET) 조사 결과 후판 가격이 t당 1만 원 오르면 초대형컨테이너선의 원가 상승은 약 5억 원에 달한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수주 시점 이후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추가적인 가격 조정이 안 되기 때문에 그 피해는 모두 추가 충당금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임금 노동자들의 생활 여건도 악화됐겠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조선업계에서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이 등장할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며 “노사 간 대립은 결국 기업과 한국 산업의 경쟁력 악화, 훼손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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