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한·일 관계만큼 최고지도자들의 결단에 따라 우호 관계가 크게 요동치는 양국 관계는 거의 없다. 1960년대 한·일 국교 정상화를 위해 제2의 이완용이 되기를 불사한 지도자가 있었기에 일본의 자본과 기술이 우리 경제발전을 위해 도입됐고, 국민의 경제적 복지가 결정적으로 향상됐다. 1980년대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총리는 취임 후 한국을 최초 방문국으로 결단했다. 당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지금보다 훨씬 낮았으며, 일본의 위상은 ‘재팬 넘버원’이었다. 고인이 된 나카소네 총리는 일본에서 아직도 큰 정치가로 존경받으며, 우리 국민도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하자고 했다. 김 대통령은 한·일 간 문화 개방도 단행했다. 그 후 한국 문화의 일본 유입이 대규모로 이뤄졌으며, 현재 한류 현상은 일부 일본 엘리트들이 되레 걱정한다. 이러한 최고지도자들의 결단은 이후 일정 기간 한·일 관계가 우호 관계로 확대 재생산되는 큰 계기가 됐다. 그 결단은 한·일 간 우호 관계가 양국민에게 공히 이익이 됐다는 사실로 뒷받침된다.
그 반대 경우도 있었다. 비겁한 정치지도자들은 한국에서는 반일감정, 일본에서는 반한감정을 확대 재생산해 지지율 상승에 이용했다. 자기편을 결집할 목적으로 반대파를 시대착오적 개념인 토착 왜구 또는 친일파라고 비난했다. 극소수 일본 정치지도자들도 자당의 선거 승리를 위해 혐한 감정을 부추겨서 국내정치에 이용한 경우가 있다. 국민 감정을 국내정치에 이용하면 결국에는 국익에 큰 손해가 됐다.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인해 군사적 긴장이 높아가는 한반도 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한·미·일 안보 체제 강화는 매우 긴요하며, 한·일 관계는 삼각 안보 체제의 중요한 구성 요소다. 국력 부상을 기반으로 우리 국익을 무시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는 중국에 우리가 할 말을 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안보 체제가 굳건해야 한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약소국은 언제든지 강대국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의 안보를 위해 한·미·일 안보 체제의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한, 장기적으로 민족 염원인 한반도 통일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미국은 물론 일본의 협조가 필요하다.
오는 5월 10일 대통령 취임을 앞둔 윤석열 당선인이 정책협의단을 일본에 파견해 새 정권에서는 한·일 우호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사를 일본 지도자들에게 전달한 것은 국익을 위해 용기 있는 결단이다. 현재의 악화한 한·일 관계 상황을 고려하면 우호 관계를 재구축하기 위해 상당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최고지도자 의사는 국가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일본 측도 정책협의단을 정중하게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협의단을 면담하고 당선인의 친서를 받았다. 정책협의단은 기시다 총리의 취임식 초청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기시다 총리가 나카소네 총리와 같은 큰 결단을 내려서 윤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한다면 일본과 우호 관계를 기대하는 한국민에게 최상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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