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한 가운데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한 가운데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 검수완박 되면 국가근간 흔들린다 - ① 국가정체성 관련 수사 ‘암장’

2018년 역사교과서 수정 당시
경찰에선 “피의자 특정 못해”
수사 5개월 만에 불기소 의견

사건 담당했던 최정민 검사
피의자 찾아내 직권남용 기소
“당시 경찰 권력수사 의지 없어
이런 사건 재발해도 덮일 것”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강행 처리돼 정권이 입맛에 따라 국정교과서에 나온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는 사건이 벌어져도 검찰이 수사할 수 없게 됩니다. 국가의 기본 질서까지 흔들릴 수 있습니다.”

2018년 불거진 ‘초등 6학년 국정교과서 무단 삭제 의혹’(이하 국정교과서 사건) 사건을 대전지검에서 수사했던 최정민(사진)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2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그 피해는 우리 아이들과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이같이 우려했다. 그는 또 “검수완박 법안 시행 시 일단 고발장이 검찰로 올 일이 없게 되고, 공무원에 대한 수사는커녕 경찰에서 대충 수사해도 고발인 이의신청 불가로 보완할 방법이 사라지게 된다”며 “경찰 불송치로 사건 자체가 묻힐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6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최 검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역사 국정교과서를 절차를 무시하고 임의로 바꾼 것처럼, 새 정부에서도 같은 일이 자행돼도 검찰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이 제한된다”며 “결국 그 피해는 국민 모두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경찰은 국정교과서 사건 관련 “당사자(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다”며 불기소 의견을 달아 서울중앙지검에 보냈다. 중앙지검을 통해 경찰이 내려받은 시민단체 등의 고발장에는 교과서를 수정한 교육부 담당 부서 공무원이 아닌 그의 후임자가 기재돼 있었다. 교육부 인사 보도자료만 확인해도 문제의 전임자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5개월 만에 ‘당사자 불특정’ 이유를 달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최 검사는 “100번 양보해도 당시 경찰이 피의자를 특정 못 한 건 수사 의지의 문제”라며 “문재인 정부가 막 출범한 직후라서 경찰이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못 한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경찰에서 불기소 결론을 내리는 동안 대전지검 수사는 멈췄다. 관련자들은 “이미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대전지검 출석요구를 거부했다. 이후 교육부 공무원은 국정교과서의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꿨다. ‘도시에 비해 낙후된 농촌을 발전시키기 위함’이라는 새마을운동의 공과 부분 등 총 163곳에 걸쳐 내용 수정이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경찰의 불기소 의견을 뒤엎고, 교육부 공무원을 직권남용과 사문서위조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1심에서 해당 공무원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국정교과서 사건처럼 아이들과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공직자 범죄에 대한 사건은 검찰 손을 떠난다. 검찰 직접수사 대상은 부패·경제 등 두 가지로 제한된다. 최 검사는 “검수완박 법안 시행 시 백지장처럼 하얀 아이들이 잘못된 국정교과서에 노출되더라도, 검찰에선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든 바뀌지 않든 교과서는 어떤 영향을 받을 수 없어야 하지만 검찰이 할 수 있는 게 없어진다”고 말했다. 최 검사는 “시위 사진으로 도배돼 고개를 갸우뚱하는 딸을 보면서, 왜 이렇게 무리하게 검수완박을 추진하는지 그 의도를 알 것 같다”고 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윤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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