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위험업종 인식 커진 탓 외국인 쿼터 폐지 ‘실효성 의문’ 임금 구조 개선 등 대책 시급 수주증가로 온 기회 물거품 우려
이근홍 기자, 울산 = 곽시열·거제 = 박영수 기자
최근 조선소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인력 대란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선체를 조립하는 협력업체 관계자는 2일 “일이 많아질 것에 대비해 올 초부터 용접공 20명을 모집하고 있는데 지원자가 없어 1명도 뽑지 못했다”며 “채용사이트나 대학교 등에 문의해도 조선업계에서 일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관계자도 “올해 10여 명이 추가로 필요한데 지원자가 없어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하반기 조선업체 인력 수급 대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과 울산시 등은 올해 초부터 인력확보를 위해 이주 정착비와 함께 숙소비, 주택 임차료 및 이자를 지원하는 등 갖가지 유인책을 제시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이후 조선업계 임금이 종전보다 월 50만~60만 원 정도 줄어들면서 저임금 위험업종이란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가기간산업인 조선업 현장이 인력부족 대란으로 발을 구르고 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아 올해 하반기 예정된 수주물량 조업에 차질을 겪을 경우 한국 조선업 도약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발주량은 466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이 중 한국 수주량은 전체의 37.4%인 1740만CGT였다. 클락슨리서치는 한국 조선사가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3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매년 평균 1300만CGT 이상의 안정적인 수주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주 실적과는 무관하게 조선업계는 인력을 수혈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정부가 조선업 용접공과 도장공에 대한 외국인 쿼터제를 폐지하고 내국인 근로자 수의 20% 내에서 외국인 고용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관계자는 “내국인을 도저히 구하지 못해 올해 외국인 도장공 5명 정도를 채용할 예정”이라며 “다만 외국인 근로자는 대화가 통하지 않아 적응 기간만 5~6개월 걸리고, 적응 후에는 다른 곳으로 몰래 이직하는 경우도 많아 고용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선업에 젊은 인력이 유입되지 않는 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조사한 국내 대학 조선해양공학 전공자의 취업 현황을 보면 조선업 신규 유입률은 2014년 58%에서 2020년 26%로 감소했다. 권봉기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인력개발센터장은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20% 이상의 임금 감소 등으로 인해 핵심 기능인력들이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고 노동 강도가 약한 다른 산업으로 대거 이동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