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번역기로 대화하다 누나가 아가씨로 오역돼 다툼


중국인과 한국인의 소통을 위한 휴대전화 앱 번역기에서 ‘누나’가 ‘아가씨’로 번역돼 벌어진 다툼이 살인 사건으로 이어진 참담한 상황이 재판과정에서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1형사부는 최근 직장 동료의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중국인 A(35)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9월 7일 오전 2시쯤 정읍시 한 주차장에서 B(당시 30대) 씨의 목과 복부 등을 10여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흉기에 찔리고도 자신을 피해 도망가는 B 씨를 따라가 재차 흉기로 찌른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당일 A 씨는 B 부부 등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B 씨 부인은 A 씨와 직장동료였다. 이 자리에는 또 다른 중국인 지인 2명도 함께 있었다. 국적이 다른 이들은 스마트폰 앱 번역기를 이용해 대화했다. 이 자리에서 A 씨는 중국어로 번역기 앱에 “오늘 재미있었으니 다음에도 누나(B 씨 부인)랑 같이 놀자”고 말했다. 하지만 앱 번역기는 이를 한국어로 “우리 다음에 아가씨랑 같이 놀자”고 오역했다.

이에 B 씨는 “왜 아가씨를 찾느냐. 나 와이프 있다”며 A 씨에게 욕설을 했다. A 씨도 이 상황에 크게 화를 내고 욕설을 내뱉으며 자리를 떴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B 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결국 A 씨는 몇 시간 후에 홀로 귀가하는 B 씨를 유인해 살해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읍=박팔령 기자
박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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