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36) 씨는 어버이날(5월 8일)이 코앞인데도 아직 부모님과의 외식 장소를 정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취업 이후 매년 고급 호텔 뷔페를 찾아 효심을 발휘하곤 했지만 최근 가격이 무섭게 오르면서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4인 가족이 호텔서 식사하고 선물까지 챙겨 드리면 100만 원은 우습게 나간다”며 “월급 외에 딱히 들어올 돈도 없는데 지출은 많아 이번 달에는 더 큰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외식, 선물, 나들이 수요가 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등 천정부지의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부터 서민, 중산층 가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외식, 선물 비용뿐 아니라 테마파크나 영화관 등 여가시설 이용비마저 줄인상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가정의 달이 아니라 ‘공포의 달’”이라는 말이 나온다. 5월에는 어버이날뿐만 아니라 어린이날(5일), 스승의 날(15일), 부부의 날(21일) 등이 몰려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외식, 여가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기업까지 적자 누적과 원자재 가격 인상 여파를 감당할 수 없다며 이용 가격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조선팰리스 뷔페 ‘콘스탄스’는 이달부터 평일 저녁과 주말 식사 가격을 14만 원에서 16만5000원으로 최대 22% 인상했다. 롯데월드는 지난달 1일부터 주말 자유이용권 가격을 3000원 올렸다. CJ CGV도 영화 관람료를 최대 5000원 인상했다. 선물 단골 메뉴인 화장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는 추세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25일 9개 브랜드 83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10% 인상했다. 이니스프리, 미샤 등 중저가 화장품도 20∼30% 올랐다. 자녀들이 손꼽아 기다릴 선물 장난감도 비싸졌다. SSG닷컴에 따르면 인기 장난감 ‘레고’의 판매 1순위 제품 가격은 2020년 7만4900원에서 지난달 10만4900원으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 흐름이 장기화할 경우 가계부채를 더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가 계속 오르면 가계 지출비용이 늘어나 결국 서민 부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새 정부는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공공분야 물가를 최대한 억제하는 등 서민 경제 타격이 커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