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검수완박’ 국민투표론

선관위 “국민투표법 효력상실
검수완박 법안도 투표 불가능”
법조계·학계선 “기본권 침해
국민투표법 입법뒤 추진 가능”

尹측 ‘검수완박 저지’ 초강수
부결되면 상당한 정치적 부담

韓, 6차례 시행…대부분 개헌
대통령에 대한 신임은 못물어
스위스는 국민투표 적극 활용
최근 ‘담배광고 금지案’ 통과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비롯한 시민단체, 학계 등을 중심으로 국민투표론이 확산하고 있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최근 6·1 지방선거 때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 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한 만큼 국민의 뜻을 직접 물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민투표법에 따라 오는 13일까지 공고를 내면 6·1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수완박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국가 안위에 부합하는지와 헌법불합치로 투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 국민투표는

국민투표는 특정한 사항에 관해 국민이 직접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국민 의사를 결정하는 직접민주제의 한 형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의제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직접민주제에 해당하는 국민투표제를 예외적·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1954년 11월 제2차 헌법개정(개헌)에 따라 처음으로 도입됐다. 이 2차 개헌은 1954년 11월 29일 ‘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3선 제한 철폐’ 개헌안을 불법적으로 통과시킨 것으로, 이른바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이라고도 부른다. 당시 2차 개헌에선 국가의 주권 제약이나 영토의 변경을 가져올 국가 안위에 관한 사항을 국민투표로 결정하기로 했으나, 실제로 국민투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1960년대 들어서다. 국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직접민주정치의 한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하면 주민투표라고 한다.


2 수시로 국민투표 하는 스위스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 국민투표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국가다. 이는 지방자치를 중요시하는 문화에서 기인한다. 스위스는 26개 칸톤(‘주’에 해당)으로 구성된 국가로, 칸톤마다 의회와 법원이 따로 있을 만큼 자치권이 보장돼 있다. 따라서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선 국민투표 진행이 불가피하다. 1848년 국민투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600건이 넘는 안건이 처리됐다. 가장 최근엔 지난 2월 신문과 영화관, 인터넷, 옥외 광고판 등에 담배 광고를 금지하자는 제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고 57%의 찬성표로 통과됐다. 2016년엔 한국에서도 관심을 받은 기본소득 지급 방안이 국민투표를 통해 부결됐다. 이외에도 동성애자를 차별하고 혐오를 부추기는 발언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방안, 강력한 총기 규제안 등도 국민투표로 도입된 대표적 사례다. 다만 매번 투표율이 40% 안팎에 머물며 과연 국민 전체의 뜻을 반영했다고 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여기에 국민이 19개월간 10만 명의 서명을 모아야 하는 탓에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 헌법 제72조와 제130조

헌법 제72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국민투표의 대상인 중요정책에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임은 포함되지 않는다(2004년 헌법재판소 결정). 그러나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란 관습 헌법을 인정한 뒤 수도를 바꾸는 것은 개헌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국민투표에 회부할 필요가 있는가의 판단은 대통령의 재량에 속하지만, 회부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또 헌법 제130조를 보면,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하며, 국회의 의결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또 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속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검찰청법 개정안 상정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속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검찰청법 개정안 상정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4‘검수완박법’도 해당되나

민주당이 독자 강행 처리 중인 검수완박 법안이 국민투표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헌법 제72조에 따라 검수완박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려면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하는지를 우선 판단해야 한다. 특히 법조계를 중심으로 “사회적 약자 지위를 어렵게 만들어 기본권을 침해하는 등 헌법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점에서 국가 안위에 중요한 정책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외국민 명부 작성 관련 조항에 대해 내린 2014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인용해 국민투표법이 효력을 잃었다고 해석했지만, 현행 공직선거법 관련 조항을 준용하면 국민투표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5 국민투표 절차는

헌법재판소의 2014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민투표를 하려면 ‘국민투표법 개정→재외국민 등록(선거일 전 60일)→투표인 명부 작성(선거일 전 49일부터 10일간)→명부 열람·이의신청(선거일 전 39일부터 5일간)→명부 확정(선거일 전 30일, 이상 공직선거법 기준)→투표’라는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투표 투표인 명부는 공직선거법상 대통령 선거나 비례대표 의원 선거에서의 절차에 준해서 작성돼야 한다.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국민의힘은 투표인 명부 작성 기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새로 발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투표일 및 투표안 공고는 국민투표법에 따라 투표일 18일 전까지 마쳐야 한다. 6·1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려면,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닷새 안인 오는 14일이 마지노선이다. 다만 이날이 토요일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하루 전까지 마쳐야 한다. 국민투표는 국무회의 심의도 거쳐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가 지명한 장관 후보자가 대거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할 경우 새 정부 내각 인사만으로는 개의하지 못할 수 있다.


6 국민투표법 제14조 헌법불합치 결정

헌법재판소는 2014년 7월, 국민투표법상 재외국민 투표인 명부 작성 조항과 관련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국민투표법 제14조 1항은 재외국민의 투표인 명부 작성을 다룬 조항으로, 국민투표를 한다고 공고한 시점에 우리나라에 주민등록을 해 놓았거나 재외국민이더라도 국내 거소(居所) 신고가 돼 있어야 투표인 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헌재는 이 조항에 대해 재판관 6(헌법불합치) 대 3(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반드시 투표권이 인정돼야 하고, 국내 거소 신고가 안 돼 있더라도 재외국민은 국민이므로 이들의 의사는 국민투표에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헌재는 해당 조항에 대해 2015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을 명하고,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2016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결정했다.


7 국민투표 불가능하다는 선관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15년 12월 31일로 정해진 시한 내에 대한민국 국민 자격이 있는 재외국민은 모두 투표인 명부에 오를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했지만,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2016년 1월 1일부로 이 조항은 효력을 잃은 상태다. 2018년 4월에는 민주당이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고자 했으나 이때도 국민투표법 개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개헌 국민투표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여야는 ‘드루킹 특검’ 도입 문제를 두고 충돌했고, 국회 파행으로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기도 했다. 이에 국내에 거소 신고를 하지 않은 재외국민은 물론, 이미 거소를 신고한 재외국민도 투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다. 중앙선관위 측은 국민투표법 제14조 1항을 새로 고치기 전에는 투표인 명부를 작성할 수 없어 국민투표를 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8 당선인 측 국민투표 카드 꺼낸 이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인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 추진을 비판하며 6·1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에게 직접 의사를 묻겠다고 언급했다. 장 비서실장은 중앙선관위의 ‘국민투표 불가’ 입장에 대해 “월권”이라고 날을 세우며 ‘검수완박 국민투표’를 밀어붙일 기세다. 그는 “투표인 명부 문제만 정리하면 (국민투표법) 입법이 어려운 건 아니지 않냐”며 “민주당이 그것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국민투표가 두려운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투표법 개정을 위해 발의된 개정안을 본회의에 넘긴 후 본회의에서 통과하더라도 법률 효력을 발휘하기까지의 절차와 선관위의 국민투표 절차 등이 남는다. 이를 고려하면 시간상으로도 촉박해 실제로 성사될 가능성이 작다는 평가다. 그런데도 윤 당선인 측이 검수완박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프레임을 6·1 지방선거 의제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투표 제안이) 인사청문 정국을 앞두고 인사 폭망에 대한 국민 분노를 돌리고 지방선거에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술책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9 국민투표로 사임한 프랑스 샤를 드골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은 국민투표로 흥망성쇠를 경험한 대표적 정치인으로 꼽힌다. 드골 전 대통령은 민감한 정치 현안을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한 국민투표로 돌파했다. 그는 1958년 의회 해산권 등 대통령의 강력한 권한을 보장하는 제5공화국 헌법 도입을 국민투표로 관철한 뒤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1962년엔 헌법에 규정된 선거인단 투표 대신 국민투표를 통해 직선제를 도입, 재선에 성공했다. 이듬해 7월 알제리 독립 건에 대해 잇달아 국민투표를 진행해 통과시켰다. 1968년 프랑스에서 학생과 노동자를 중심으로 반전(反戰), 여성해방 등 기존 체제 변혁 요구가 터져 나온 이른바 ‘86혁명’이 발생하자 드골 전 대통령은 다시 한 번 국민투표로 활로를 모색했다. 1969년 상원과 지방정부에 대한 자신의 개혁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하지 못하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는데, 당시 고령의 드골 전 대통령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면서 결국 찬성 48%, 반대 52%로 부결됐다. 드골 전 대통령은 자신이 공헌한 대로 대통령직에서 사임했다.


10 당선인의 생각은

윤 당선인은 아직 검수완박 국민투표에 대해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장 비서실장이 “아직 윤 당선인에게 국민투표에 관해 정식으로 보고하지 않았다”며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입법 강행을 저지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 여론’을 앞세운다는 초강수를 던진 것이지만, 정치적 부담도 상당한 것이 사실이어서 아직은 여론을 살피며 득실을 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성사된다 하더라도 국민투표 자체의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력이 없어 투표하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국민투표가 부결될 경우 정치적 부담은 더욱 커진다. 지금은 검수완박 반대 여론이 높다고 하더라도, 실제 국민투표가 이뤄지면 각 진영이 결집하면서 찬반이 팽팽해질 가능성이 크다. 진보 진영에서는 검수완박 국민투표를 하려면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직을 걸었던 것처럼 대통령직을 걸고 재신임 투표를 하라고 주장하는 점도 부담이다.

이해완·이후민·김성훈·손우성 기자
이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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