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임명 공공기관장 257명
1년 이상 ‘불편한 동거’ 이어져

DJ 정부서 5개월 JP 서리체제
盧정부 때 ‘총리서리 위헌’ 결정


취임식을 나흘 앞둔 6일 윤석열 정부가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악의 적대적 환경에서 출범을 맞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집권하자마자 당장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국정 운영 동력은커녕 국무총리 임명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초거대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발목잡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앞에 놓인 가장 큰 장애물은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인준 문제다. 윤 당선인은 여전히 한 후보자에게 신뢰를 표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인준 카드를 매만지며 ‘부적격’으로 낙인찍은 일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한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해 한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하면 국무위원 제청권을 가진 총리가 없어 정부 출범 자체가 파행을 겪을 수 있다.

1998년 김대중(DJ) 정부 출범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종필(JP) 자유민주연합 명예총재를 총리로 지명했지만,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인준을 거부하자 ‘국무총리 서리’로 임명했다. 총리서리 체제는 5개월 넘게 이어졌지만 위헌 논란이 불거졌고,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총리서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김부겸 총리가 유임돼 제청권을 행사하거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권한대행 자격으로 다른 장관들을 제청하는 대안이 거론되지만, 정상적인 내각 출범에 비하면 힘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지난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들과 당분간 ‘어색한 동거’를 해야 한다는 점도 윤 정부의 초반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기관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공공기관은 368개 공공기관 중 257개(약 69.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이 전혀 다른 국정철학을 내건 윤 정부와 함께 일해야 하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까지는 공공기관장들이 스스로 사표를 내 재신임을 받거나 물러나는 관례가 있었지만, 2009년 오강현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해임 무효 소송에서 승소한 이후 관례가 깨지기 시작했다. 이번 정부에서도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사표를 받아낸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벌어지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까지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인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알박기 인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거대 야당으로 바뀌는 민주당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주요 국정과제 추진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에 이어 후속 법안 처리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데다가 국민의힘에 법제사법위원장을 넘기기로 한 기존 합의도 파기할 뜻을 보이고 있다. 윤 당선인이 정부 출범 뒤로 미룬 정부 조직 개편도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추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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