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알게 됐는데, 미국에는 ‘거짓말을 해도 간파당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회사가 있다고 한다. ‘라이어즈 다이스(Liar’s dice)’라 불리는 이곳의 대표는 월드 포커 투어(WPT)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케빈 조, 한국계 미국인이다. 미세한 표정 변화와 동작만으로 상대의 거짓 기술을 간파하고 자신의 패를 감추는 훈련을 오랫동안 해온 그는 은퇴 후 경력을 십분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를 찾는 사람 중에는 특히 정치인이 많다고 한다. 선거나 청문회를 앞둔 후보들은 라이어즈 다이스의 거짓말 상품을 구입하는 게 관례처럼 된 모양이다.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홈페이지에는 거짓말 전문가가 되기 위한 몇 가지 요령이 적혀 있다. 그중 하나가 소설을 읽으라는 것인데, 아마도 소설이란 뛰어난 거짓말이 집적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리라. 최근 추천도서 목록을 보니 흥미로운 제목 여럿이 눈에 띈다.

가령 ‘베터 라이어’(황금시간)는 조금만 각색하면 실생활에서도 쉽게 상대를 속이는 데 써먹을 수 있는 대사들이 즐비한 소설이다. “내가 찾아냈을 때 그 애는 죽어 있었다”라는 언니의 독백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10년 전 가출한 동생을 찾아오면 유산을 물려주겠다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백방으로 수소문해 찾았지만 이미 죽은 뒤였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 길에서 우연히 만난 배우지망생을 꼬드긴다. “동생인 척해 주면 유산의 반을 주겠다”면서. 물론 거짓말이다. 둘은 우여곡절 끝에 유산 상속 담당 변호사를 찾아가는데, 이때부터 배우지망생의 눈부신 거짓말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애당초 두 사람이 만난 건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이었다. 심지어 동생의 죽음도 연출된 거짓이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무릇 거짓말을 하려면 이 정도로 교묘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얻은 교훈이다.

다만 다큐멘터리를 본 후 한국정치인들이 등장하는 뉴스를 볼 때마다 복장 터짐의 수위가 높아졌다. 나 정도의 인간도 ‘이왕 할 거짓말이면 잘하자’는 생각으로 임하는데 어쩜 저렇게 성의들이 없는지. 창조적인 거짓말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자료가 없다”는 말은 이제 그만두고 모쪼록 분발해 주시길. 아 참, 찾아보는 분들이 있을까 싶어 말인데 위에 쓴 다큐멘터리 이야기는 전부 거짓말이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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