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책 속에 책 | 쥘리엥 베어 글 | 시몽 바이이 그림 | 곽재식 옮김│올리

문학에서는 하나의 이야기 안에 하나 이상의 다른 이야기가 들어 있는 구성을 액자소설이라고 부른다. 제본 형태나 판형처럼 책의 물리적 요소를 응용하는 그림책에서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 요르크 뮐러의 ‘책 속의 책 속의 책’에서 독자는 셀로판지 색안경을 눈에 대면 보이는 숨겨진 통로를 통해 책 속의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난다. 데이비드 위즈너의 ‘시간 상자’는 바닷가에 떠밀려온 오래된 카메라 안에서 발견된 사진을 인화하면서 감춰진 이야기가 떠오르는 방식이다. 제시 클라우스마이어와 이수지의 ‘이 작은 책을 펼쳐 봐’는 주인공과 크기가 각각 다른 여러 권의 작은 책이 큰 책 안에 제본돼 있다. 야엘 프랑켈의 ‘엘리베이터’처럼 봉투를 만들어 아예 책을 한 권 더 넣어둔 경우도 있다.

‘책 속에 책 속에 책’은 ‘이 작은 책을 펼쳐 봐’처럼 한 권 속에 여러 권이 중첩해서 제본된 경우다. 독자는 세 가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그 세 이야기의 구조는 닮은꼴이어서 돌림노래를 부르듯이 되풀이되는 재미를 갖는다. 공간적 배경은 다르지만 똑같이 맑은 날, 파란 하늘 아래서 벌어지는 일이고, 일곱 살의 토머스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주인공이다. 첫 번째 토머스가 두 번째 토머스를, 두 번째 토머스가 세 번째 토머스를 발견한다. 이 책을 펼치는 독자가 네 번째 토머스인 셈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왜 표지에 토성이 그려져 있으며 바닷가 모래밭 옆에 추운 나라의 침엽수가 서 있는지 알게 된다. 마지막 부분에서 메아리처럼 연속으로 울려 퍼지는 “어디 갔었어?”라는 말은 독자를 환상으로부터 현실로 재빨리 복귀시킨다. 영화 ‘인셉션’의 낙하처럼 신체 감각에 대한 상상을 유도하는 탈출 방식이다. 책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어디 갔었어?”라는 울림이 귀에서 맴돈다. 책에 담긴 이야기보다 더 멀리 가는 경험을 원하는 독자에게 권한다. 52쪽, 1만7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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