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철 한국산불학회장, 초당대 교수

기후위기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산불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도 역대 최저의 겨울 강수량,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했다. 경북 울진 산불은 213시간이라는 최장의 진화 시간을 남겼다. 이번 울진 산불은 진화에 참여한 모두의 노력으로 한울원전, 울진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등의 국가 중요 시설물과 문화자산을 지키고 인명 피해 없이 진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2만㏊ 규모의 산림이 피해를 보고, 주택 피해로 많은 이재민이 발생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도심 화재 진화는 건물의 구조, 건물 내 가연 소재 파악 등이 중요하지만, 산불은 산림의 지형과 나무의 종류(임상), 나무 간 간격(울폐도) 등 숲의 구성 요소와 바람의 세기, 습도 등 기상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 대형 산불에서 산림과 관련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산림청 산불상황 관제 시스템이 산불 발생 현황은 물론, 전개 방향과 속도 예측 등의 정보를 제공해 진화 컨트롤타워로서 큰 역할을 했다.

건축물 화재 예방을 위해 가연물을 관리하는 소방 규제와 같이 산불도 연료가 되는 나무의 관리가 필요하다. 울창한 숲일수록 나무 간의 간격을 넓혀 주거나 높이와 수종이 다양한 혼효림을 유도하는 숲 가꾸기가 필요하다.

산불에서도 건축물의 소화설비 등 소방시설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민가와 주요 시설물을 중심으로 침엽수에 비해 불에 상대적으로 강한 활엽수를 심어 불의 확산을 늦추고, 산불 저지와 방어선 역할을 하는 임도를 조성하는 것이다. 산불이 난 후에는 각 지형을 고려해 숲으로 다시 회복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긴급복구·산림생태복원 등은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이러한 산불예방 조림, 사방, 산림 복원·복구는 산림토양학, 수목생리·생태학, 산림보호학, 산림공학 등 임학적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돼 결정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사회는 통합적 산불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산불의 예방·진화·복구는 전문화한 기관에서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캐나다, 러시아와 같이 산불 위험에 직면한 많은 국가에서는 산림 당국이 산불을 총괄해 통합적으로 산불을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재난을 대상에 따라 구분해 산불은 산림청이 총괄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림청 개청 이래 55년간 산불로부터 숲을 지켜온 산림청 직원들은 숲과 나무가 물을 머금어 대형 산불의 위험이 줄어드는 시기인 아까시 꽃이 필 때까지 항상 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토의 63%가 산림인 나라에서 태어난 이들의 숙명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우리는 세계적으로 남부끄럽지 않은 울창한 숲을 잘 보전해 미래 세대들에게 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이번 대형 산불을 통해 진화용 헬기와 차량 등 장비의 확충과 산불특수진화대 등 진화 인력의 정예화, 처우 개선은 관계 부처와 국회의 협조를 통해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산불 발생 위험 속에 오늘도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산불 예방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푸른 숲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며, 우리와 미래 세대에 숲의 다양한 혜택을 물려줄 수 있다. 아무쪼록 산불 없는 따뜻한 봄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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