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 공포됨으로써 ‘공룡 경찰’의 탄생이 현실화했다. 2020년 12월 국가정보원법 개정으로 국내 정보수집권과 대공수사권이 폐지됨에 따라 이를 경찰이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데 이어 검수완박법 공포로 수사권까지 사실상 단독으로 행사하게 됐기 때문이다.
검수완박법과 경찰권의 비대화 상황에서 국가안보와 관련해 꼭 따져봐야 할 사안은 간첩사건 등 안보범죄에 대한 국가의 대응력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3년의 유예조항이 끝나는 2024년 1월부터는 경찰이 이 대공수사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한다. 그러나 경찰은 국내 안보위해 사범 수사 역량은 뛰어나지만, 간첩사건의 경우 국정원에 비해 그 역량과 환경이 매우 열악한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안보수사 인력을 증원하고 안보경찰의 교육훈련을 강화해 전문성을 높이며, 관련 장비와 예산 및 직제 개편으로 안보수사 체계의 효율화를 기해야 하는 게 상식이나, 외려 이에 역행하는 일을 남발하고 있다. 지난 5년간 경찰은 대공수사를 담당하는 수사 인력을 100명 넘게 감원하고도 증원하지 않고 있다. 최소한 해체되는 국정원 대공수사 인력 규모 정도는 증원해야 할 게 아닌가?
또한, 경찰의 대공수사 기능이 독립성을 갖지 못한 채 국가수사본부 소속의 안보수사국에서 전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안보수사의 특수성이 상실된 채 운영되고 있다. 국장부터 안보수사국 간부 및 지방경찰청 안보수사대 지휘부의 다수가 안보수사 경력이 일천한 비전문가들이 장악하고 있어 전문화된 수사 지휘가 어려운 상태다.
현재 경찰 지휘부는 국정원의 대공수사 노하우와 신문 역량, 간첩 통신 해독 등 간첩정보 분석 역량을 확보할 의지도 없고 경찰에 전무한 해외 방첩망의 신설 운영 및 안보수사 체제 재편 등의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 경찰 지휘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주력하는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안보경찰들은 간첩 수사 등 국가보안법 수사를 소홀히 한 채 공공안보 수사라는 미명으로 탈북자 관련 마약 수사, 전략물자 반출 관련 수사 등에만 매달린다. 게다가, 정권 친화적이며 정치권력의 압박에 취약한 경찰지휘부가 과연 소신껏 정치권과 연계된 간첩 사건 등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에, 검수완박법에 따라 안보범죄에 대한 검찰의 보완 수사권도 제한돼 국가의 안보범죄 대응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 김정은과 간첩공작 부서들이 환호할 일이 우리 내부에서 전개되고 있다.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축 중 하나인 안보수사 대응력에 심각한 위기가 초래되고 있다.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켜야 하나 제21대 국회 의석 분포로 볼 때 법 개정이 불가능한 상태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단기적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안보수사국을 가칭 ‘국가안보수사본부’로 독립시켜 안보수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안보범죄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간첩, 테러, 방첩, 산업 보안, 사이버 테러 등 안보수사를 전담할 대통령 직속의 가칭 ‘국가안보수사청’ 신설도 고려해야 한다. 이는 검수완박법으로 더 비대해진 경찰권을 분산시킬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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