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변호사 前 울산지법 부장판사

“너무 힘들었다. 무엇보다 국가 형사사법 체계에 대한 아마추어들의 억지 주장에 일일이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너무 힘을 빼는 일이다.” 검수완박의 입법적 잘못을 지적했으나 결국 법안이 통과되고 나서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이 보인 소회다. 70여 년간 운용해 온 형사사법체제를 법안 발의 18일 만에 전격 처리하는 무모함 앞에서 느낀 무기력함이 배어 있다.

판사가 판결로 기소를 통제하듯이 검사가 사법관(司法官)으로서 수사를 통제하는 것을 하위 관청 괴롭히기로 이미지 조작했다. 경찰은 13만 명이 넘지만, 검찰은 겨우 1만 명 정도다. 정보 채집, 질서유지, 테러 방지 등을 담당하며 언제든 총을 사용할 수 있는 조직이 경찰이다. 본디 강한 조직이라 자칫 공안국가를 초래할 위험이 있어 사법경찰 영역만이라도 사법관에 의한 통제를 하려는 것이다. 이런 제도 취지에 대한 몰이해에서 민주당은 검수완박이라는 무리수를 강행했다. 그 성급한 행태에 비춰 정권 이양 후 자신들의 안위를 도모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피해를 보는 쪽은 거악(巨惡)들의 폭거에 노출될 국민이다. 도리 없이 만들어졌다면 그 해석이라도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합치하도록 해야 한다. 다행히 개정 검찰청법은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범죄”에 대해 검사에게 당분간 수사권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이 조항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입법의 오류를 대통령령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행히 사법경찰인 검찰 수사관들의 수사권은 그대로 유지됐으므로 이 수사력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검경합동수사단을 설치하는 방법 등도 있겠다.

검수완박 법에 대한 헌법소송도 고려돼야 한다. 헌법 제111조 제1항 제3호는 권한쟁의심판을 인정하고 있다. 국가기관인 국회와 검찰청 사이의 다툼이고, 국회가 입법권을 남용해 헌법에 보장된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했으므로 권한쟁의심판의 요건은 충분하다. 다만, 그간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판단을 많이 한 전례와 재판관의 현재 구성을 고려하면 검수완박의 잘못을 시정하는 데 소극적일 수 있음은 우려스럽다.

그래서 국민투표도 선택지 안에 둘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에 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것을 문제로 삼고 있으나 이는 잘못이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라고 규정해 법률에 위임을 예정하지 않고 단일하고 완전한 문장 구조를 취하고 있다. 국민투표법은 그것을 시행하기 위한 기술적 법률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투표법이 없더라도 대통령령으로 기술적인 내용을 정하고 국민투표를 시행하더라도 하등 잘못이 없다. 따라서 헌법불합치의 취지를 반영해 위 조항을 대신할 대통령령을 만들면 충분하다. 하위 기술 법률의 위헌 조항을 이유로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할 수는 없다.

정치적 소신만 강한 아마추어들에게 국가의 입법권이라는 큰 권한을 맡겨 두었더니, 철없는 아이들이 장난감 부수듯이 형사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려 놓았다. 너무 크게 부수어 놔서 정상으로 회복하는 길도 참 복잡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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