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로 상징되는 대의민주주의 본질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정파들의 대화와 타협, 그리고 소수 의견에 대한 존중이다. 이게 무너지면 국회는 일당 독재의 들러리일 뿐이다. 이번 검수완박 사태는 국회 상황이 이미 그 언저리에 와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국회선진화법은 정반대 취지로 악용됐고, 국회의장은 당적 이탈 취지를 짓밟은 채 더불어민주당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보다 더한 짓도 하려고 든다. 국민의힘이 맡기로 했던 제21대 국회 후반기(오는 5월 30일부터 2년) 법제사법위원장을 계속 맡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양당 원내대표는 “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은 의석수에 따라 하되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맡는다”는 등을 합의·발표했다. 그런데 박홍근 원내대표는 4일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은 원점에서 새로 하는 게 당연하다”며 “전임 원내지도부 간 합의 자체가 월권”이라고도 했다. 전임 원내대표는 현재 윤호중 당 비상대책위원장이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4년 17대 국회 때부터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법사위원장은 원내 2당이 나눠 갖는 관례가 형성됐다. 그런데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하자 “다수당이 맡아야 한다”고 말을 바꿔 지난 2년간 법사위원장을 맡았다. 소수당 땐 소수당 몫, 다수당 땐 다수당 몫을 내세우더니, 3·9 대선에서 패배하자 합의까지 뒤집으며 야당 몫이라고 주장한다. 사기꾼이나 양아치도 합의와 관행을 이렇게 대놓고 막무가내로 뒤엎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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