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11월 10일, 오원철 당시 상공부 광공차관보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직접 브리핑했다. “병기는 분해하면 부품 상태가 됩니다. 설계도면대로 가공하면 이 부품들의 생산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병기의 정밀도가 100분의 1㎜ 정도인데 현재 우리나라의 가공 수준은 10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방법으로 생각해 낸 것이 국내에서 가장 우수한 민수 공장들을 선정해서 부품별로 분담 생산시키자는 것입니다… 그 후 한국국방과학연구소(ADD) 검사를 통과한 것만 선정해 조립하면 병기가 완성됩니다.”
박 대통령은 즉각 오 차관보의 보고를 실행에 옮기도록 지시한다. 한국 방위산업의 출발이었다. 방산 인프라의 기본인 주물선(鑄物銑)·특수강·중기계·조선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1973년 중화학공업화 정책을 선언한다. 이렇게 해서 카빈소총과 기관총, 수류탄, 대인지뢰 등이 첫선을 보였고 105㎜ 곡사포와 한국형 전차, F5-E 국산전투기, 전투함이 연이어 등장한다. 그로부터 40여 년, 이제 한국의 방위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방산 한류’를 자랑할 정도다. K9 자주포는 글로벌 자주포 시장 점유율 69%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3000t급 국산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연속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 세계에서 8번째다. 자체 개발한 최첨단 능동위상배열(AESA·에이사) 레이더는 국산 전투기 KF21에 탑재된다.
미사일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아랍에미리트(UAE)는 한국의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로 자국의 영공을 방어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 국회를 상대로 한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의 탱크와 배,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여러 군사 장비가 한국에 있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 방위산업 시장 진출을 위해 방산FTA라 부르는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RDP) 체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협정이 체결되면 미군에 무기를 수출할 때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다. 미국 측에서도 긍정적 반응이라고 한다. 미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방산 국가다. 그런 미국에 차세대 장갑차, 고등전술 훈련기 등을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고 박 대통령이 이 소식을 들으면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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