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등 수사자료 열람·확보
월성 조기폐쇄 주요 피고인들
탈원전 반대 기관장 사퇴압박
“함께 갈 수 없는 인물들 분류”
월성공소장에 ‘지시’ 정황 담겨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한국가스공사 사장)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에 대한 방대한 수사 기록을 확보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 마지막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박원주 전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등에 대한 월성 원전 수사 자료를 확보함에 따라 사실상 문 정부 청와대를 겨냥해 ‘윗선 수사’에 나서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 최형원)는 최근 대전지검에서 보관하고 있는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 등 월성 사건 관련자들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 복사를 진행했다. 공소장만 100페이지가 넘는다. 대전지검은 지난해 6월 채 전 비서관과 백 전 장관 등을 월성 사건 관련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당시 월성 수사팀은 산업부가 청와대에 보낸 이메일을 포함, 청와대 파견 산업부 공무원의 휴대전화 등을 전방위적으로 압수수색 했다.
서울동부지검의 이번 수사기록 확보는 백 전 장관 등 월성 사건 ‘주요 피고인’들을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월성 사건 공소장에도 백 전 장관이 공공기관장 사퇴를 지시한 정황이 담겨 있다.
지난 2017년 8월 백 전 장관은 박원주 당시 에너지자원실장 내정자에게 “산하기관 인사를 서둘러라”고 지시했다. 이후 열흘도 지나지 않아 백 전 장관은 또다시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장 임기만료 인사에 대해 규정이 없다고 그대로 놔두는 것은 곤란하다”며 “사장, 이사, 감사 등 인사 관련 한나라당 출신, 탈원전 반대인사, 비리 연루자는 빨리 교체하라”고 재촉했다. 이틀 뒤에도 “(에너지 공공기관에서) 신정부 국정철학과 함께 갈 수 없는 인물 등에 해당하는지 ‘분류’하고, 문제 있는 인사들을 ‘퇴출’시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백 전 장관의 이 같은 지시가 있던 다음 달인 2017년 9월 산업부 에너지자원실 소속 박모 전 에너지산업정책관은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4곳 사장을 서울 광화문 소재 호텔에 불러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서울동부지검에서 진행되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의 출발점이다.
검찰은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 등 백 전 장관의 윗선들이 사퇴 압박에 관여했는지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수석은 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에너지전환 TF 팀장을 겸하며 관련 정책 전반을 챙겼다. 서울동부지검은 9일 에너지자원실 소속 고위공무원인 문모 전 원전산업정책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문 전 국장은 월성 원전 자료 삭제와 관련해 이미 재판에 넘겨졌다.
윤정선·김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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