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책 출간한 정신과 의사 김건종
‘바라;봄’ 세밀한 삶의 사유 담겨
번역 정신분석서 ‘피글’도 선봬
“행복보다는 깨달음이 필요해요. 거창하고 심오한 게 아니라 사소하고 이상한 깨달음이요. 하루하루 똑같은 삶을 사는 와중에 문득 새롭게, 다르게 혹은 깊이 보이는 것들이 있고, 우리 삶은 그런 것들로 인해 크게 출렁이니까요.”
글 쓰는, 아니 글을 정말 잘 쓰는 정신과 의사 김건종(사진) 원장의 새 책 ‘바라;봄’(포르체)이 나왔다. 최근 서면과 전화로 인터뷰한 김 원장은 신간을 소개하며 “사소한 변화가 삶의 윤곽과 방향까지 다르게 만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전작 ‘마음의 여섯 얼굴’(에이도스)에서 불편하고 어두운 감정을 충분히 경험해야 사랑이라는 충만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설파한 바 있다. 이번에는 ‘일상의 사유’를 권한다. 그런데, 어떻게 가능할까.
가로수, 공놀이, 노화, 눈, 담요, 물수제비, 바다, 속도, 여행, 코골이, 흉내…. 책은 가나다순으로, 그리고 ‘살펴봄’ ‘이해해 봄’ ‘사랑해 봄’ ‘알아봄’ ‘바라봄’ 등으로 나뉜 124개의 단어에서 출발해 쓴 김 원장의 글들을 묶었다. 쉽고 짧다. 그런데 훅하고 치고 들어오는 반전이 있다. 예컨대 ‘겸손’이란 단어를 보자. 김 원장은 여러 권의 책을 번역하고 직접 쓴 책도 냈지만 늘 자신이 없다고 했다. 겸손하다는 말을 자주 듣고, 너무 겸손하면 과유불급이라고 핀잔도 듣는다. 그러다 자책이 심한 환자를 만난 후 깨닫는다. 자책으로 비판을 차단하던 환자처럼 자신도 겸손을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한 방어”로 사용했음을 말이다. 또, ‘모순’에 대한 글에서는 높은 자리나 돈 버는 일에 무심한 김 원장이 왜 탐욕스럽게 LP를 모으고 고급 오디오를 동경하는지 자아의 그늘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위로의 책인 줄 알았는데, 자주 따끔하다. 좋고 쓴 ‘마음처방’이다.
김 원장은 “어떤 지식이나 당위를 가르치려고 글을 쓰지도 않고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조금 더 삶을 다양하고 세밀하게 바라보는 태도나 자세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집필 동기에 대해 밝혔다. “하지만 제가 쓴 건 보편적 진실이 아니라 저만의 소소한 깨달음이라서, 다른 사람도 적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아요. 그저 자신만의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을 전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글에는 정신분석학자들의 이론과 셰익스피어나 제발트의 말도 담겨 있다. 전문적 식견과 문학적 감수성까지 엿볼 수 있으니 그의 말대로 “사소하고 이상한” “삶을 출렁이게 하는” 책이다.
한편, 에세이집과 함께 김 원장은 동료들과 번역한 정신분석서 ‘피글’(에이도스)도 출간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정신분석학자 도널드 위니코트가 말년에 쓴 책으로 약 3년에 걸쳐 진행한 세 살 여아의 정신분석 치료 기록이다. 소아 분석 사례지만, 불안 속에 사는 현대인들에게도 시사점이 있다.
김 원장은 “불안은 회피하고 억눌러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소화하는 능력으로 치료해야 한다”면서 “현대정신치료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라고 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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