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샌드라 오
‘그레이 아나토미’ 통해 유명세
어느덧 한국계 상징하는 배우로
英 정보부 요원의 추적물부터
전형적 한국인 연기까지 척척
픽사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도
한국 이름 오미주. 1971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한국인. ‘그레이 아나토미’의 ‘크리스티나 양’으로 유명해졌고, 한국계 최초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은 샌드라 오 이야기다.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게임’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한류 이전에, 할리우드 주류에서 인정받은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1세대인 그가 세 가지 다른 매력으로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장르 역시 다양하다. 스릴러, 액션, 애니메이션. 여러 얼굴의 그녀가 무척 반갑다.
◇애니메이션 ‘메이의 새빨간 비밀’
최근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신작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평범한 중국계 캐나다인 소녀 메이의 유쾌한 성장담이다. 메이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이상한’ 내력 때문에 감정이 격해지면 크고 귀여운 레서판다로 변하고, 흥분이 가라앉으면 보통의 메이로 돌아온다. 영화는 사춘기 딸과 엄마, 특히 유교적 가치관을 지닌 아시아계 가족 내 모녀 갈등을 다룬다. 엄마 밍은 메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포타운(4town)’을 “요상한 춤이나 추는 반짝이는 불량배 놈들”이라며 포타운 콘서트를 가겠다는 메이를 막아선다. 메이는 흥분해 레서판다로 변한 채 콘서트장으로 향하고, 밍 역시 거대한 레서판다가 돼 “어떻게 네가 엄마한테 이럴 수 있느냐”며 콘서트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린다.
여기서 샌드라 오는 메이의 엄마 ‘밍’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샌드라 오를 염두에 두고 밍의 얼굴을 만들어낸 건가 싶을 만큼 샌드라 오의 목소리는 밍과 잘 녹아든다. 어린 시절 샌드라 오의 부모 역시 여느 한국인 부모처럼 샌드라 오가 의사 또는 변호사가 되기를 원했다고 한다. 영화학교 진학도 만류했다고. 샌드라 오는 “모두가 공감할 이야기”라며 “특히 이민자의 자녀들은 사랑과 효도, 독립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런 종류의 갈등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 ‘UMMA’(엄마)
11일 개봉하는 영화 ‘UMMA’(엄마)는 할리우드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한국형 호러물이다. 샌드라 오가 맡은 주인공 어맨다는 미국의 외딴 시골에서 양봉을 하며 딸과 단둘이 살아간다. 어린 시절 엄마의 억압과 학대의 트라우마로 전기를 두려워해 전등,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자기기들이 이 집에는 아예 없다.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한국에서 외삼촌이 와 엄마가 돌아가셨다며 엄마의 유골과 유품을 전해준다. “어떻게 엄마를 버리고 가냐. 엄마의 원혼이 네 앞길을 막을 것”이라는 폭언과 함께. 그리고 그날 이후 집 안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영화는 철저히 한국적이다. 제목부터 ‘MOM’이 아닌 ‘UMMA’다. 한국어 대사도 많고, 어맨다와 딸은 한복을 입고 제사를 지낸다. 초록색의 때밀이 ‘이태리타월’도 나온다. 영화 ‘미나리’, 드라마 ‘파친코’를 잇는 K-스토리로 감독도 한국계인 아이리스 K 심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연출한 샘 레이미 감독의 레이미 프로덕션이 제작한 것에서 드러나듯 미국 내 갈수록 높아지는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다만 연출에 있어 많은 부분이 어설프다. 한국 여자들은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탈을 쓴다는 이상한 설명, 뜬금없이 구미호가 등장하는 황당한 설정 등은 극의 긴장감을 깬다. 샌드라 오의 한국어 발음 역시 어눌하지만 연기는 어눌한 발음마저 상쇄시킬 만큼 훌륭하다. 두려움을 표현하는 그의 눈빛 연기는 섬세하다.
◇영국 드라마 ‘킬링 이브4’
시즌3에서 애틋하게 헤어졌던 두 사람은 이번 시즌에서 연인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감자튀김에 머스터드 소스를 뿌리는 이브에게 빌라넬이 “완전 사이코패스네”라며 함께 웃고, 훔친 캠핑카를 함께 타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이런 구도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무척 반가운 지점이다. 다만 빌라넬의 매력이었던 ‘통통 튀는 사이코패스’의 모습이 약해져 캐릭터가 흔들렸다는 비판은 있다. 어쨌든 샌드라 오는 ‘킬링 이브’로 ‘그레이 아나토미’를 뛰어넘는 새로운 ‘인생작’을 만들었다. 그녀의 다음 인생작은 뭐가 될지, 그녀의 행보가 기대된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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