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랑합니다 - 경남 함양中 20회 동창회 박강래 총무
장모님 별세, 모친상, 새 주소록 배부…. 중학교 동창 단톡방에 우리 총무가 올린 5월 알림 목록이다. 어쩌다 자녀들의 ‘만혼 청첩장’이 섞여 있어 우리를 즐겁게 하기도 한다. 칠십 넘은 나이에 코로나19까지 덮치니 덤덤한 일상이 더 무의미했다. 이를 추스르는 총무님의 멘트에 정감이 흐른다. “청한이 친구야! 그동안 잘 지냈제? ***에게 잘 전달할게∼♡”
드디어 코로나19로 2년 1개월, 757일 동안 묶였던 동창회 등 사적 모임에 인원 제한이 풀렸다. 아무리 SNS로 소통이 활발하다지만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이 끊겨,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그리운 터였다. 종일 전화벨은 안 울리고 “카톡 카톡∼” 방정맞은 소리나 광고 전화조차도 반가운 요즘 얼마 만에 듣는 낭보인가. 벌써 누가 조르는지 ‘청와대 소풍일정은 집행부에서 결정해 친구들에게 통보할 겁니다. 5월 중으로 가니 그때 봅시다’는 중간 공지가 떴다. 총무님이 바빠졌다.
우리는 경남 함양중학교 제20회 동창생이다. 1966년 5개 반 281명 졸업생 중 수도권에 살며 정기적으로 만나는 재경 동창은 40여 명이다. 그동안 동창회 회장은 많이 바뀌어도 총무는 줄곧 같은 친구가 맡고 있으며, 햇수로 45년쯤은 된 것 같다. 그 기간이면 총무를 그만한다고 실랑이가 벌어질 만도 한데 조용하다. 뭇 모임들이 서로 회장, 총무를 맡지 않으려고 해 가나다순으로 떠맡긴다는 세태다. 우리 ‘학송 박강래 총무’를 자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먼저 우리 총무는 ‘필체’가 수려하다. 글씨만 봐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유명 필적학자가 우리 총무 손 글씨를 본다면 분명 ‘부드러운 서예체로 진중하고 사려 깊은 성격의 소유자다. 남에게 공손하고, 관대하며, 주변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인관계가 으뜸인 글씨체’라고 할 것이다. 다음은 용모가 단단하다. 방부제를 먹는지 친구들보다 십 년은 젊어 보인다. 머리숱까지 그대로다. 매사에 자신감이 넘칠 만하다. 시니어 모델로 나가려는지 ‘바르게 걷기 운동’ 회원이라던가.
교육행정직에서 정년퇴직하고도 오래 근무했던 고등학교에서 삼고초려 해 7년을 더 근무했다. 얼마 전까지도 고향 지역신문(함양신문) 서울지사장으로 오래 봉사했으니 ‘마당발’ 별호가 어울리는 친구다.
매년 5월에는 은사님과 향우 어르신들을 별도로 모신다. 술은 ‘맥주’만 마시는 황소고집이다. 내내 마셔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취한 기색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얼마나 야무지게 동창회 살림을 잘하겠는가.
어떤 모임이든 일당백의 총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늘그막에 우리 또래의 때깔이 달라진다. ‘스스로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므로 널리 드러나고, 스스로 옳다고 주장하지 않으므로 인정받고, 스스로 뽐내지 않으므로 공을 남기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으므로 우두머리가 된다’는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 총무에게 딱 맞는 찬사이다. 박 총무는 ‘천연기념물 같은 소중한 친구’다.
마주 앉아 흐르는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은 친구들아! 날마다 정성스럽게 몸과 마음을 닦아 우정이 아슴푸레하기 전에 우리 자주 만나자!
노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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