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중심‘생명 평화 천지 굿’
개방한 청와대도 개최지 유력
“등돌린 사람들과 화해의 마당”
문학세계 재조명 평전 곧 출간
아내 묻힌 원주 선영에서 영면
‘저항 시인’ 김지하(본명 김영일)가 ‘타는 목마름’을 끝내고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지난 8일 81세를 일기로 세상과 작별한 김 시인의 발인식이 11일 오전 강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발인식에는 두 아들인 김원보 작가와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이청산 전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이사장, 윤형근 한살림생협연합회 전무, 황도근 무위당학교 교장 등 생전 고인과 인연이 있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석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유해는 2019년 먼저 세상을 뜬 아내 김영주 전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 묻힌 원주시 흥업면 선영에 모셔졌다.
고인은 죽음을 앞두고 어떤 말이나 글도 남기지 않았으나, 본령인 생명 사상과 생명 미학을 기리는 추모 행사가 곧 열릴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고인과 문화활동을 해온 예술인들이 빈소에서 마음을 모아 제안한 49재 추모 굿이 확정된 것. 토지문화재단은 다음 달 25일 서울에서 ‘생명 평화 천지 굿’의 이름으로 추모문화제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유 전 문화재청장과 이 전 민예총 이사장을 비롯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나선화 생명과평화의길 상임이사, 채희완 민족미학연구소 소장, 임진택 연극 연출가 등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며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추모제를 기획한 이청산 전 민예총 이사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10일 개방한 청와대도 후보지 중 하나”라며 “마침 49재 날이 한반도 비극과 갈등의 상징인 6·25다. 고인이 추구한 생명과 평화의 철학을 알리는 데 잘 어울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전 이사장은 “추모제가 굿의 형식을 띠지만 종교적인 의미도, 정치적인 의도도 없다”며 “이 모든 걸 뛰어넘기 위해 고인이 천착해온 ‘생명 사상’을 오롯이 기리는 행사”라고 의의를 밝혔다. 또, 고인의 장례식이 민족예술인장으로 치러지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한 이 전 이사장은 “평생 정치적으로 이용된 고인의 삶을 생각해 유족들이 조용한 가족장을 원했다”면서 “가치를 달리하고 등 돌렸던 사람들도 포용하는 화해와 상생의 마당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민주화의 열망을 담은 ‘타는 목마름으로’란 시로 기억되는 고인은 1970년대 국가 권력을 풍자한 시 ‘오적’으로 구속되는 등 민주화의 상징이었고 민족 문학 진영의 대표 문인이었다. 여러 차례 투옥되며 고초를 겪고 평생 후유증을 앓았으며, 최근 수년간 지병으로 투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인의 삶과 문학 세계를 재조명한 평전이 연구자와 문인들을 중심으로 준비 중인 가운데, 출판계와 서점가에서도 추모전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와 알라딘은 추모 페이지를 만들어 대표작 ‘오적’과 마지막 시집 ‘흰 그늘’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추모 댓글을 남길 수 있는 게시판도 열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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