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인사청문회는 정치제도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여야(與野)나 국회·대통령 간의 정치적 관계를 넘어 우리 사회의 변혁과 개인 인권이라는 더 근본적인 차원에 그 양면성이 있다. 정치학자인 필자는 그동안 정치적 측면만 주목했다. 그러나 최근 사퇴한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의 가족이 유명 장학금을 받는 데 심사 과정에서 도와주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성 기사로 개인적 억울함을 겪고 나니 그간 간과했던 근본적 양면성을 실감하게 된다.

정치적 논란은 잘 알려져 있다. 인사청문회가 적격 인재를 찾고,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민주적 영향을 늘리고, 양부(兩府) 간 균형적 협력 체계를 세우는 본래의 취지를 잘 구현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인사청문회 때문에 대통령이 핵심 측근을 장관직보다는 대통령실로 배치하고 장관직은 정치적 피뢰침으로 쓰게 돼 대통령 중심주의가 더 심해지고 정부 운영이 제도적 균형성을 잃게 된다는 비판도 들린다.

이런 정치적 측면만 강조하면 인사청문회 제도의 근본적 명암을 놓칠 수 있다. 한편으로, 인사청문회는 사회가 의식·규범·관행 차원에서 변하도록 돕는 역사적 촉매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겼던 일들, 즉 공직 퇴임 후 법무법인이나 기업 취업, 공직 수행 중 가족이나 친지에 대한 특별 배려, 논문 작성이나 평가 방법의 관행, 자녀 교육용 위장전입, 부동산이나 주식 거래를 통한 이재(理財) 행위 등에 대해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고위공직자 후보의 개인적 논란이 사회적 흥미를 끄는 가운데 공정성·형평성 등의 가치가 제고된다.

미국은 인사(인준)청문회 모범국으로서 후보의 개인적 논란이 사회변혁을 점화시킨 사례가 많다. 1985년 에드윈 미즈 3세 법무장관 후보 청문회는 공직자의 이해충돌에 대해, 1987년 더글러스 긴즈버그 대법관 후보 청문회는 마리화나 흡연에 대해 사회적 인식이 이뤄지는 기회가 됐다. 1989년 존 타워 국방장관 후보 청문회에선 음주에 대한 사회적 자각이 이뤄졌고, 1991년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후보 청문회는 성희롱을 중대한 사회문제로 올려놓는 데 기여했다. 성희롱은 2018년 브렛 캐버노 대법관 후보 청문회에서 또 공론화되며 ‘미투’ 운동을 일으켰다.

그러나 사회변혁의 긍정성 이면에는 인권침해 문제가 있다. 인사청문회 대상자의 일생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본인은 물론 주변인들, 때론 별 친분도 없는 인사들이 ‘아니면 말고’ 식의 억측에 시달리는 경우가 생긴다. 구습을 타파해 새 사회를 가꾼다는 명분으로 소수의 사람이라도 억울한 인권침해를 당한다면 건전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인사청문회가 사회변혁의 촉진제로 인정받으면 좋겠다.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회의식·규범·관행이 바뀌는 거시적 역사 흐름에서 진가를 발휘하면 좋겠다. 이를 위해선 국회의원·기자·시민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의원은 경직된 진영 논리가 아닌 소신과 원칙을 따라야 한다. 기자는 편향된 기사를 남발하지 말고 사실 보도라는 직업윤리에 충실해야 한다. 시민도 난무하는 ‘탈진실’의 궤변에 휘둘리지 않도록 신중한 성찰의 자세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 야만적이지 않은 사회변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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