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한차례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두 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중국 측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시 주석의 방한 의사를 여러 차례 확인했을 뿐,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이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방한한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은 10일 윤 대통령 예방 때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시는 것을 환영하고 초청한다”고 밝혔다. 국가원수의 방문은 대개 상호주의에 입각해 이뤄진다. 따라서 방한 약속을 ‘펑크’ 낸 시 주석이 윤 대통령의 방중을 요청한 것은 외교 원칙에 어긋나는 결례다. 보기에 따라서는 과거 왕조 시대 조공국에 ‘황제를 알현하러 오라’는 식의 일방적 통보로 비친다. 한국을 배려했다면 장소를 적시하지 않고 “편리한 시기에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했을 것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중국 대표단 접견을 마칠 때 방중 초청에 사의를 표하면서 “시 주석 방한을 고대한다”고 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었다.

왕 부주석이 사드 문제 해결을 압박하며 쓰던 표현인 ‘민감한 문제의 타당한 처리’를 윤 대통령 앞에서 공개적으로 꺼낸 것도 부적절하다. 중국은 서울에서 500㎞밖에 떨어지지 않은 산둥성에 사드보다 강력한 레이더를 설치 중이다. 그런 중국이 사드에 대해 안보 우려를 내세우며 발목을 잡는 것은 적반하장이자 내로남불이다. 더구나 중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선제 대남 핵 공격 발언에 대해선 문제조차 삼지 않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한 유엔 제재 논의도 저지하고 있다.

이런 게 중국 본색인데도 문 전 대통령은 ‘혼밥 굴욕’을 당하면서도 중국몽을 함께하겠다는 저자세를 보였다. 두 나라는 협력이 불가피한 이웃 국가라는 점에서 이런 비정상적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양국의 공동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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