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
美·사우디 관계 악화 가져온
‘제2 카슈끄지’로 비화 가능성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소속 미국인 기자가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공습작전을 취재하던 도중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즉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에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라”고 압박하기 시작한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소행으로 확인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의 혈맹 관계에 타격이 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제2의 카슈끄지 사건”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알자지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알자지라 소속 기자 시린 아부 아클레(51)가 이날 새벽 팔레스타인 자치구 요르단강 서안 도시 제닌의 난민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작전을 취재하던 중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당해 숨졌다고 밝혔다. 즉각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머리 부분을 다쳐 결국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알자지라 소속 기자 알리 알사무디도 등에 총을 맞아 부상을 입었지만, 현재는 안정된 상태라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이번 총격이 아무런 경고성 메시지 없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오며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쏜 총에 맞았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총격이 오가는 과정에서 아클레가 피격됐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알사무디는 알자지라에 “(이스라엘 군이) 우리에게 영상을 찍지 말라거나 떠나라는 요청 없이 갑자기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숨진 아클레는 ‘취재’라고 써 있는 조끼도 입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자국인 기자 사망에 즉각 “철저히 조사하라”며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수사는 즉각적이고 철저해야 하며, 관여한 인사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부대변인도 “언론의 자유는 물론, 기자들이 폭력에 대한 공포 및 생명에 대한 위협을 느끼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카슈끄지 암살 사건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악화를 일으켰듯, 이번 사건이 미·이스라엘 관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자말 카슈끄지는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글을 기고하다 2018년 살해당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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