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14일 ‘식품안전의 날’… 위생법 제정 60년
1960년대‘폐용기 통조림’사건
불량·비위생 식품 단속에 급급
경제발전 맞춰 국제표준화 노력
2010년대 이후 규제 풀기 초점
‘푸드트럭’‘숍인숍’ 등 점차 허용
시대따라 식품관리 체계도 발전
오는 14일 식품안전의 날을 앞두고 올해로 환갑을 맞은 식품위생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식품위생 정책의 발전은 경제 발전과 궤를 같이하는데, 과거 불량식품 단속에서 시작해 수세적이었던 식품위생 정책이 최근에는 규제 완화 등 공세적인 추세로 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의 식품위생은 크게 태동기인 1960∼1970년대와 세계화 표준에 맞춘 1980∼2000년대,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춘 2010년대 이후로 나뉜다. 식품위생법이 처음 제정된 1962년은 6·25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생계유지에 급급했고, 업계의 식품위생 의식 수준 또한 낮았던 시기다. 당시 통조림 업계에서는 길거리에 버려진 깡통을 재사용했을 정도고, 이 같은 ‘폐용기 통조림 제조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처음으로 식품위생법 단속에 걸리기도 했다. 이후 1970년대에 정부는 국제기구인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 가입하고 ‘우수식품지정 규정’을 도입하는 등 식품 안전관리 체계를 보강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한국의 식품위생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당시 정부는 국제대회 유치에 맞게 사회 전반의 영역에서 국제 표준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는데 식품 분야 역시 이런 경향이 반영됐다. 정부는 영업자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식품위생법을 전부 개정(1985년 5월)하며 자가품질검사 의무를 신설하고 영업자 준수사항을 도입하는 한편 민간검사기관을 식품위생검사기관으로 지정했다. 이후 정부는 1998년 식품 업무를 전담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출범하고 사전예방적 관리체계인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1990년대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범죄와의 전쟁’의 주요 표적은 조직폭력배였지만, 당시 정부는 일반음식점의 불법 영업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단속을 벌였고, 식품위생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국민소득 수준이 향상된 2000년대 들어 정부는 국제 표준화와 함께 소비자 중심의 식품안전정책을 꾀했다. 2003년 식중독 사고에 대한 신속 대응을 위해 식중독의 정의와 식중독 발생 시 의사 등의 보고의무를 신설하는 한편, 2009년에는 식품위해사범에 대한 처벌 강화를 위한 ‘부당이득 환수제’를 주요 내용으로 식품위생법 2차 전부 개정에 들어갔다. 2007년에는 ‘식품이력추적관리제도’를 도입해 식품사고 발생 시 신속한 유통 차단 및 회수·폐기가 가능하도록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든 단계의 식품 이력정보를 기록하게 했다.
한국은 1962년 식품위생법 제정 이후 50년간 경제 발전 수준에 맞춰 선진국을 따라가려는 식품위생 정책을 펼쳤다. 경제 수준은 발전하지만 업계에선 기존 관습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아 불량·비위생 식품 등 후진국형 사건에 대한 사회의 불안도 컸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불량식품 단속을 넘어 선제적으로 규제를 타파하는 정책으로 전환된다. 대표적인 식품위생 규제완화 정책으로는 ‘푸드트럭 규제 완화’와 ‘한지붕 두 가게 숍인숍 규제 완화’ ‘공유주방’ 제도 도입을 들 수 있다.
푸드트럭 규제 완화는 2014년 3월 청와대에서 TV 생중계로 열린 규제개혁 토론에서 참석자들이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해 추진됐다. 유원지 등에서 트럭에 음식을 파는 단순한 서비스로 보이지만, 식품위생법과 도로교통법, 지방자치단체 조례까지 엮이며 쉽게 풀리지 않은 규제였다. 당시 식약처는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2015년 고속도로 졸음쉼터·도시공원을 시작으로 대학·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로 정하는 장소 등으로 확대했다. 한 공간 내에서 두 개 이상의 영업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업종 간 시너지 효과를 내는 ‘숍인숍’ 규제 또한 2015년 완화돼 최근에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공유주방은 조리시설 등이 갖춰진 1개의 주방을 여러 명의 사업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영업시설이다. 규제 완화 전까지 정부는 교차오염으로 인한 식품사고 발생 우려가 크고, 식품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허가를 제한하고 있었다. 하지만 배달 음식 수요의 증가와 청년 창업 유인책 등 이유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컸다. 결국 식약처는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 식품위생 수준이 지속적으로 향상된 만큼,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공유주방 시범사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사회 전반의 식품위생 수준이 높아져 규제 완화 여론이 강하지만,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에 따른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앞으로도 시대적 상황과 경제 사회적 여건에 따라 식품안전과 관련이 적은 규제는 개선하고 국민의 권익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식품안전관리체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식품위생법이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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