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선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前 홍익대 교수

1970년대 개발도상국型 모델
청약제도 국민주택 투기근절
文정부 좌파 실험으로 더 퇴행

10대 경제대국 발상 전환 당연
주택 수요 계층별 대책이 시급
尹정부 초기에 못하면 또 실패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의 임기가 시작됐으나, ‘검수완박’과 국무총리 임명 동의 거부 등 비신사적인 정치 공세와 6·1 지방자치선거로 문재인 정권 28번의 정책 실패 땜질에 머물러 있다. 더구나 일시적인 주택 가격 하락이 미국의 빅스텝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적 불안 때문인데도 자신들의 정책 효과라는 자화자찬 역공에 제대로 대항하지 못하는 모습이 매우 안타깝다.

현 주택정책의 골간은 1970년대 가난 탈출형(型) 도시화 문제 해결책이다. 즉, 1가구 1주택 및 청약제도, 국민주택제도, 부동산 세제 등 공급 확대와 투기 근절,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3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개발도상국형 공공 주도 정책의 산물이었다. 마침내 10대 경제선진국에 들어섰지만, 1980년대로 후진한 문 정부의 사회주의적 실험은 다주택자의 투자 성향을 무시한 채 투기꾼이요 적폐로 몰아 수요 억제라는 악수(惡手)를 두었다. 그 결과 국민을 극한 고통 속에 빠트리고 주택시장은 단도적(單刀的) 처방 없이는 풀 수 없는, 완전히 엉킨 실타래가 됐다.

새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과학적 근거도 없이 국민 도덕성에만 호소했던 무주택자 희망 고문 탁상행정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앞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1만 달러짜리 정책으로는 좌편향 시민단체와 거대 야당에 5년 내내 끌려다니다 똑같은 패착을 반복할 게 뻔하다. 누더기가 된 정책 폐지 수준의 주택정책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1980년 전후로 취임한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와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나라를 좀먹는 사회주의 정책을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대전환해 뚝심 있게 밀고 나감으로써, 불공정한 ‘내로남불’ 세력이 몰락하자 중산층이 살아나고 보수 이미지를 새롭게 하며 세계적으로 우뚝 섰다. 3·9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원했던 국민 여망을 선진국은 40년 전에 시작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페블비치 골프장 주변의 17마일 드라이브에는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주택이 있다. 또, 센트럴파크가 내다보이는 맨해튼에는 수천만 달러의 고층 타워 펜트하우스도 많다. 여기 거주하는 부유층은 서민 주택 투자를 꺼린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합리적 사고 때문이다. 그래서 1가구 1주택 규제도 유명무실하다.

필자는 공저 ‘공정한 주택정책의 길을 찾다’(박영사, 2021년)에서 주택소비층을, 유주택자는 ‘자산관리계층’(15%)과 ‘주거이동계층’(35%)으로, 무주택자는 ‘내집마련계층’(25%)과 ‘주거취약계층’(20%) 및 ‘자발적임차인’(5%)으로 5분하고 각각 계층별 대안을 제시했다.

강남 3구 자산관리계층의 수입은 국민소득 3만5000달러의 최소 3∼4배 이상이고, 똑똑한 1채이면서도 금융자산 비중이 높다. 이들의 재테크 물꼬를 터 주지 않는 것은, ‘주거이동계층’과 ‘내집마련계층’의 주된 수요인 30평형대 아파트에 투자하라는 셈이니, 가뜩이나 공급이 한정된 강남 집값을 올리는 주범은 다주택자가 아니라 이 특성을 외면한 좌파적 정책인 셈이다.

과거 건설교통부 시절 난개발 대책 토론회에서 “그린벨트 보금자리 주택이 바로 난개발이다. 전원주택 특구 지정 후, 최소 1000평 규모 대지를 조성해 부호들에게 아주 비싼 값에 팔고, 그 수익으로 도심 공공주택을 지으면 일거양득”이라며 “부자들은 누구보다도 그린벨트를 잘 관리하고, 도심 필수적 양질의 임대주택이 대량 공급돼 주택시장이 안정된다. 단, 그 부호들의 일반주택 투자 규제는 필요하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필자의 독특한 이 제안은 부자 특혜 및 양극화 정서를 넘어야 실질적 서민 보호책이 나온다는 역발상 필요성이었다.

1기 신도시 및 재건축 용적률 상향, 대출 완화 등 단기 처방은 필자가 공저 ‘서울 집값, 진단과 처방’(박영사, 2021년)에서 일찍이 그 당위성을 제시했지만, 선거공약일 뿐이다. 당장은 세계 경제위기와 금리 상승 등으로 집값이 잡힐 듯하나, 서울의 실질 주택보급률이 약 72%인 상태에서는 폭발만 지연시킬 뿐이다. 정치 공세를 이기며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려면, 집권 초기에 우리나라 경제력과 스마트도시 시대에 맞는 계층별 맞춤형 신개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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