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역서 경기 택시 28대 발견 단속원 다가오자 골목으로 이동 “잠시 휴식” 핑계땐 그냥 계도만 종로 → 강서 요금 5만원 요구도
12일 오후 11시 30분 역삼역 5번출구 인근에서 서울시 교통지도단속원이 1차선 도로에 정차 중인 인천 택시 기사에게 목적지 등을 묻고 있다.
서울 심야 ‘택시 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타 시·도 택시의 ‘불법 원정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른 지역 택시가 대개 두 배가량 바가지요금을 요구해도 택시 잡기 어려운 시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택시를 타는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12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일대와 영등포구 여의도역에서 서울시 교통지도단속원의 단속을 동행한 결과, 역삼역 5번 출구에선 경기, 인천 등 타 시·도 택시 28대가 발견됐다. 오후 11시 단속원이 1차선에 대기 중인 경기 택시에 다가가며 손짓하자 택시 기사는 “뭔데 참견이냐”고 쏘아붙인 뒤 골목으로 이동했다. 오후 11시 50분 경기 택시 기사가 1차선에 정차 후 내려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본 단속원은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며 “일부러 천천히 담배를 피우는 일종의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역 6번 출구에선 타 시·도 택시 14대가 발견됐다. 오후 11시 31분 성남 택시가 ‘빈 차’ 등을 켜고 정차하려다 야광 조끼를 입은 단속원 4명을 보고 방향을 급선회했다. 오전 12시 26분엔 성남 택시 두 대가 ‘빈 차’ 등을 켠 채로 10분 이상 정차해 있었다. 이를 본 한 시민이 다가가 “안 태울 거면 차 빼라”며 고함을 지른 뒤, 이 주변을 순찰하던 경찰에게 “저 차들 좀 단속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타 시·도 택시가 택시 대란을 틈타 서울 승객에게 터무니없는 요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A 씨는 “이달 2일 새벽 1시쯤 종로에서 회식을 마친 뒤 택시가 도무지 잡히지 않아 정차해 있던 경기 택시에 가 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현금 5만 원을 요구했다”며 “택시가 너무 안 잡혀서 탈 수밖에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타 시·도 택시 불법 영업 행위 단속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타 시·도 택시가 ‘빈 차’ 등을 켜고 10분 이상 정차한 뒤 손님을 태우는 현장을 실시간으로 적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대면 콜을 받는 요즘은 현장 적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타 시·도 택시들은 정차하려다가도 단속원의 유니폼을 발견하면 다른 곳으로 방향을 바꿨다. 단속원은 “일부러 서울에서 영업하러 왔다고 인정하는 타 시·도 택시는 아무도 없다”며 “잠시 쉬고 있다는 핑계를 대면 단속할 수 없어 계도만 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용판 국민의힘 국회의원실이 경기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성남·의정부·파주시 제외)에 따르면 올해 1∼4월 사업구역 외에서 영업한 택시와 관련한 민원은 총 48건에 달했지만, 행정처분으로 이어진 건은 23건에 그쳤다. 서울시가 직접 단속한 사례도 같은 기간 18건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