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영등포 단속현장 가보니

역삼역서 경기 택시 28대 발견
단속원 다가오자 골목으로 이동
“잠시 휴식” 핑계땐 그냥 계도만
종로 → 강서 요금 5만원 요구도


12일 오후 11시 30분 역삼역 5번출구 인근에서 서울시 교통지도단속원이 1차선 도로에 정차 중인 인천 택시 기사에게 목적지 등을 묻고 있다.
12일 오후 11시 30분 역삼역 5번출구 인근에서 서울시 교통지도단속원이 1차선 도로에 정차 중인 인천 택시 기사에게 목적지 등을 묻고 있다.
서울 심야 ‘택시 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타 시·도 택시의 ‘불법 원정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른 지역 택시가 대개 두 배가량 바가지요금을 요구해도 택시 잡기 어려운 시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택시를 타는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12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일대와 영등포구 여의도역에서 서울시 교통지도단속원의 단속을 동행한 결과, 역삼역 5번 출구에선 경기, 인천 등 타 시·도 택시 28대가 발견됐다. 오후 11시 단속원이 1차선에 대기 중인 경기 택시에 다가가며 손짓하자 택시 기사는 “뭔데 참견이냐”고 쏘아붙인 뒤 골목으로 이동했다. 오후 11시 50분 경기 택시 기사가 1차선에 정차 후 내려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본 단속원은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며 “일부러 천천히 담배를 피우는 일종의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역 6번 출구에선 타 시·도 택시 14대가 발견됐다. 오후 11시 31분 성남 택시가 ‘빈 차’ 등을 켜고 정차하려다 야광 조끼를 입은 단속원 4명을 보고 방향을 급선회했다. 오전 12시 26분엔 성남 택시 두 대가 ‘빈 차’ 등을 켠 채로 10분 이상 정차해 있었다. 이를 본 한 시민이 다가가 “안 태울 거면 차 빼라”며 고함을 지른 뒤, 이 주변을 순찰하던 경찰에게 “저 차들 좀 단속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타 시·도 택시가 택시 대란을 틈타 서울 승객에게 터무니없는 요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A 씨는 “이달 2일 새벽 1시쯤 종로에서 회식을 마친 뒤 택시가 도무지 잡히지 않아 정차해 있던 경기 택시에 가 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현금 5만 원을 요구했다”며 “택시가 너무 안 잡혀서 탈 수밖에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타 시·도 택시 불법 영업 행위 단속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타 시·도 택시가 ‘빈 차’ 등을 켜고 10분 이상 정차한 뒤 손님을 태우는 현장을 실시간으로 적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대면 콜을 받는 요즘은 현장 적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타 시·도 택시들은 정차하려다가도 단속원의 유니폼을 발견하면 다른 곳으로 방향을 바꿨다. 단속원은 “일부러 서울에서 영업하러 왔다고 인정하는 타 시·도 택시는 아무도 없다”며 “잠시 쉬고 있다는 핑계를 대면 단속할 수 없어 계도만 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용판 국민의힘 국회의원실이 경기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성남·의정부·파주시 제외)에 따르면 올해 1∼4월 사업구역 외에서 영업한 택시와 관련한 민원은 총 48건에 달했지만, 행정처분으로 이어진 건은 23건에 그쳤다. 서울시가 직접 단속한 사례도 같은 기간 18건에 그쳤다.

권승현·김보름 기자
권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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