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전당서 독주회 연 김선욱
건반 위에서 김선욱(34)은 누구보다 자유롭고 즐거워 보였다.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는 그의 말처럼 연주에서 ‘신남’이 느껴졌다. “음악가로서 이제 시작했다고 믿고 있다”는 그는 ‘무거운 고전파’ 베토벤과 브람스를 벗어나 어릴 적 추억이 깃든 ‘낭만주의’ 슈베르트와 리스트를 꺼내 들며 연주 인생의 제2막을 열었다.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주회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피아노 앞에 앉자마자 곧바로 건반을 눌렀고,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듯 거침없이 악상을 펼쳐 나갔다. 최근의 인터뷰에서 “이제야 음악을 내가 생각하는 해석이나 방향대로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한 그의 말이 떠올랐다.
그가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슈베르트의 ‘네 개의 즉흥곡’은 여섯 살에 아름답다고 느껴 처음으로 악보를 사달라고 부모님께 졸랐던 곡이고,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는 10대 시절부터 콩쿠르에서 여러 차례 연주했던 곡이다. 스페인 작곡가 알베니스의 ‘이베리아 모음곡’ 2권은 베토벤·브람스에 천착했던 그에게 새로운 ‘돌파구’이자 ‘오아시스’로 다가온 곡이다.
네 개의 즉흥곡에선 슈베르트 음악 근저에 자리한 지나간 것을 되돌아보는 듯한 상념과 애상보단, 샘솟는 선율과 그에 따른 생동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스페인 각 지역의 풍경을 그려낸 이베리아 모음곡 2권에서 김선욱은 본격적으로 건반 위를 뛰놀았다.
이후 현란한 기교와 강렬한 표현력을 필요로 하는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에서 김선욱의 유려한 손놀림은 극대화됐다. 명 피아니스트 클라우디오 아라우가 ‘메피스토펠레스적’이라 표현한 주제부가 모습을 바꿔가며 반복돼 긴장감을 높였다. 다만 ‘자유롭고 편안한 연주’를 지향한 탓인지 날 선 느낌은 약해 리스트 특유의 광기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단 인상을 받았다.
그는 피아노 앞을 떠나기 싫은 듯 앙코르로 3곡을 연주했다. 쇼팽의 그랜드 폴로네즈를 연주할 땐 원 없이 건반을 두드리며 관객들과 음악적 즐거움을 공유했다. 김선욱의 피아노 독주회는 오는 18일 마포아트센터, 19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아트홀로 이어진다. 어릴 적 꿈이었던 지휘자로선 오는 7월 부산시향과 협연하고, 8월엔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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