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에서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벌이며 전 세계에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경제 불확실성에 증시는 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지휘했던 벤 버냉키 전 의장도 인터뷰를 통해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하고 나섰다.
16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5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11.6으로 전월(24.6) 대비 36.2포인트 폭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 예상치(16.5)를 큰 폭으로 밑돈 수치다.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뉴욕주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뉴욕 연은이 뉴욕주의 약 200개 제조업체를 평가해 산출하는 것으로, 0을 기준으로 그 이하면 경기 위축을, 그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각각 의미한다. 미국 전역을 조사하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보다 먼저 나오기 때문에 실물경제를 미리 가늠하는 잣대로 쓰인다.
전날 나온 중국의 경제 지표도 제조업 경기 위축 방향을 가리켰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4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2020년 2월 이후 최저치다. 코로나19 탓에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을 봉쇄한 여파다.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침체가 세계 경기 둔화 우려를 키우며 증시는 연일 폭락하고 있다. 지난주까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7주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2001년 이후 20여 년 만에 가장 긴 기간 하락이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역시 6주 연속 하락, 2011년 이후 최장 하락 기록을 세웠다.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도 국제유가는 폭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4% 오른 배럴당 114.20달러에 장을 마쳤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향후 가스 대금을 자국 통화인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폭탄선언’한 여파로 에너지 시장 불안이 극에 달했던 지난 3월 23일 이후 최고치다. 특히 이날 유가 급등은 유럽연합(EU) 인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 합의안 도출이 멀지 않았다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시장에 공급 우려가 급부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일련의 현상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된다. 경기가 위축되는 가운데 물가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온건한 시나리오에서도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며 “향후 1∼2년간 성장률은 낮고, 실업률은 약간 높고, 인플레이션은 계속 고공행진을 하는 시기가 있을 텐데 이를 우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