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병준 위원장, 사퇴 권고 묵살

내주 대표자회의열고 제명 논의
안건 수용땐 대의원대회서 결정


한국노총이 조합비 횡령 혐의를 받는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을 ‘조직 제명’하는 절차에 공식 착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노동개혁을 천명한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자체적으로 투명성 조치를 서두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7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전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진병준 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의 조합비 횡령 사건 후속 조치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다음 주 중으로 회원조합 대표자회의를 열고 건설산업노조를 한국노총에서 공식 제명하는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회원조합 대표자회의에서 건설산업노조 제명 안건이 받아들여질 경우 한국노총 규약에 따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정식으로 조직제명이 결정된다. 한국노총은 지난 4월 건설산업노조 측에 진 위원장 사퇴와 조직정상화위원회를 5월 13일까지 구성하라고 통보했지만, 진 위원장 측은 해당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건설산업노조는 조합원이 8만 명에 달하며, 매달 걷히는 조합비만 매달 3억∼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5년째 재임 중인 진 위원장이 노조 주요 집행부에 측근을 임명하며 불투명하게 노조를 운영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노동유연성 확대를 기조로 한 노동개혁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노동계 적폐도 개혁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이견을 내는 한국노총 입장에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충남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10억 원대 횡령 혐의를 받는 진 위원장에게 2차 출석요구를 했다고 이날 밝혔다. 진 위원장은 지난주 첫 경찰 조사에 출석해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 내용을 추가로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7월 진 위원장이 노조비 6억 원 이상을 빼돌렸다는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하고 있다. 진 위원장은 조합비를 현금으로 인출하고, 일부는 가족에게 넘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철순·김보름 기자 csjeong1101@munhwa.com fullm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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