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민간기업 잇단 횡령, 왜

비대면 근무 확대로 관리 허점
처벌수위 낮아…“차익 노리자”
순환근무 등 재발방지책 시급





올해 들어 금융·공공기관은 물론, 일반 민간기업에서조차 직원들의 대규모 횡령 범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배경과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영·회계 전문가들은 기업의 부실한 내부 통제 시스템과 코로나19 기간 비대면 근무 확대 및 상황에서의 관리·감독 한계, 부동산 폭등과 주식·가상화폐 열풍에 따른 한탕주의 확산,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의 처벌 등을 배후로 지목하고 재발 방지를 주문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아모레퍼시픽, 우리은행, 오스템임플란트, LG유플러스, 클리오, 계양전기, 휴센텍 등 금융·공공, 일반 기업에서 직원들이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렸다가 덜미를 잡혔다.

회삿돈을 횡령한 이들은 대부분 빼돌린 돈을 자산 투자에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모레퍼시픽 영업 담당 직원 3명은 거래처에서 받은 대금 35억 원을 빼돌려 주식과 가상화폐 등에 투자했다가 꼬리가 잡혔다. 지난 1월에는 오스템임플란트 재무관리 직원이 회삿돈 2215억 원을 횡령해 주식투자 등에 사용하다가 적발됐다. 4월에도 우리은행 내부 감사에서 한 직원이 614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확인됐다. 클리오의 직원은 지난해 초부터 올해 초까지 매출 일부를 개인 통장으로 입금하는 수법으로 18억9000만 원을 횡령했다가 구속됐다. 이 직원은 횡령한 돈을 도박으로 탕진했다.

전문가들은 과거보다 훨씬 대담해진 횡령 사건이 줄을 잇는 것은 통제 시스템 미비 등 기업 내부 요인과 한탕주의 확산, 비대면 근무 확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제가 발생한 기업 내부에 애초 통제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았거나 잘 작동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며 “기업 이사회가 책임지고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비대면 상황에서의 직원 등 관리 방안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보통 횡령은 영업이나 재무 등 돈을 만지는 부서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들이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 만큼 2∼3년 정도 근무하면 반드시 순환인사를 해야 한다”며 “최근 주식이나 가상화폐가 크게 오르다 보니 회삿돈을 빼내 차익을 노리자는 안일하고 황당무계한 생각을 가진 직원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회사 차원의 윤리·도덕성 교육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 교수는 “개인 직원이 만든 서류 대신 견적서나 계산서, 통장, 영수증 등 원본 서류를 직접 확인하는 규율을 확립하고, 대형 은행을 감독·관리하는 금융당국도 보다 책임감을 갖고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모든 범죄가 그렇듯 기대수익이 높고 걸렸을 때 처벌 수준이 낮으면 감행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 내부범죄나 분식회계 등에 엄청난 징벌을 가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런 범죄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최준영·이근홍·김호준 기자
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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