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준높은 음악·화려한 무대 등
런던서 ‘伊오페라’ 진면목 선봬
아리아 ‘울게하소서’ 부른 가수
실제론 파리넬리 아닌 그리말디
1711년 독일 하노버의 궁정악장 헨델은 하노버를 다스리던 게오르크 루트비히 선제후(選帝侯, 황제 선거의 자격을 가진 제후)에게 청원을 하게 된다. “전하, 제게 휴가를 허락해 주신다면 영국으로 건너가 하노버 음악의 우수성을 알리고 오겠나이다. 부디 윤허해 주시옵소서.”
언뜻 보면 국위 선양을 위한 문화교류 행사의 일환처럼 보이지만 헨델에겐 속내가 따로 있었다. 사실 헨델은 런던으로 건너가 자신의 오페라를 선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당시 독일은 오페라의 불모지였다. 독일에선 실내악이나 교회음악이 강세였지 오페라는 별 인기가 없었다. 왜냐하면 독일은 지난 30년 전쟁(1618∼1648년까지 구교와 신교가 벌인 종교전쟁)으로 인해 오페라를 제작하고 소비할 만한 재정적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영국에선 이탈리아 오페라가 대유행이었다. 영국은 경제 개혁으로 인해 돈이 돌기 시작했고 특히 런던 시민의 구매력과 문화 소비 욕구는 그 어느 곳보다 높았다.
그럼에도 런던에서 공연되는 오페라의 수준은 별로 높지 못했다. 대부분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선율을 모방한 것들이었고 가사는 영어로 덧붙여져 그저 ‘이탈리아풍’의 어설픈 것들이었다. 게다가 영국엔 이렇다 할 만한 유명 작곡가들도 없었다. 영국의 자존심을 지키던 대작곡가 헨리 퍼셀(1659∼1695)이 있었지만 이미 16년 전 세상을 떠났기에 오페라 작곡가들에게 런던은 블루오션이었던 것이다.
루트비히 선제후는 헨델의 영국 연주 여행을 허락해주었고 헨델은 런던으로 입성하게 된다. 1711년 2월 24일 마침내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는 런던 헤이마켓에 있는 퀸스 극장에서 초연됐다. 독창적이고도 수준 높은 음악,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어 가사, 화려한 무대장치와 미술로 오페라 ‘리날도’는 ‘진짜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런던 시민의 갈망을 해소시키며 초연 이후 넉 달 동안 15회나 공연되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오페라 ‘리날도’에는 아주 유명한 아리아가 등장하는데, 영화 ‘파리넬리’에도 등장했던 ‘라샤 키오 피안가’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다. 영화에서는 헨델이 카스트라토(거세 가수) 파리넬리(1705∼1782)를 직접 섭외해 ‘울게 하소서’를 부르게 한 것으로 묘사되는데 사실과 다르다.
헨델은 인기 가수였던 파리넬리를 섭외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파리넬리의 최측근이 경쟁 오페라단의 관계자였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페라에서 실제 ‘울게 하소서’를 불렀던 가수는 역시 당대 최고의 카스트라토였던 니콜로 그리말디(1673∼1742)였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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